토큰증권이 금융 세계화에 도움이 되기 위해 필요한 두가지
2023.10.27

토큰증권이 금융 세계화에 도움이 되기 위해 필요한 두가지

김용영((주)엠블록 CSO)


Intro


올 연초 금융 당국의 전격 발표로 공론화된 토큰증권이 국내 금융 산업의 해묵은 숙제인 금융 세계화를 해결할 단초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간 경계를 해소하고 자산의 송수신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가상자산의 최대 장점인 만큼 블록체인 기술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토큰증권도 이같은 장점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계획안만 보면 또다시 ‘한국형’ 표준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세계화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은 갖추는 것이 블록체인이란 기술의 이점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10년만에 등장하는 새로운 투자시장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혁신회의를 거쳐 등장한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한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코인공개(ICO)를 통해 발행된 코인이 규제 부재와 이에 따른 투자자 보호 미비로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법적 테두리 내에 포함된 증권의 토큰화, 즉 증권 토큰 발행(STO)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2018년 이후 ICO로 발행된 코인들의 가격이 폭락하거나 발행자가 코인을 모두 매도하고 잠적하는 사기 사례가 등장하면서 STO가 더욱 주목받았다.

해외에서 거론되는 증권 토큰(ST)과 국내 토큰증권은 증권의 토큰화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세부적으로 몇가지 차이를 보인다. 증권 토큰은 민간에서 기술 개발과 그에 따른 표준 수립의 관점에서 정립된 개념이기 때문에 운영에 대해서는 각국의 증권 관련 법안을 준수하는 것 이외에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큰증권은 발행, 유통과 관련해 국내 자본시장법과 증권법, 그 중에서도 전자증권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또 해당 법안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 

이 중 주목해야 할 차이점은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신설이다. 전자증권법에 따라 금융사 등으로만 한정된 계좌관리기관의 영역을 발행인이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규정된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계좌관리기관을 겸해서 금융사 등을 통하지 않고 토큰증권을 직접 발행할 수 있다. 과거 규제 적용 이전의 뮤직카우 등과 유사한 형태다.

두번째로는 장외거래중개업자의 신설이다. 이 역시 규정된 요건을 갖춘 사업자들이 독자적인 장외 시장을 형성해 토큰증권을 발행, 유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증권의 기존 장내 시장 운영 주체인 한국거래소와 함께 별도의 투자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지난 2013년 코넥스가 출범한 이래 10년만이라고 할 수 있다.


토큰증권의 해외 사례, 의미


국내에서는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도입 때문에 주목받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자산의 토큰화라는 측면에서 일찌감치 여러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 독일의 사례가 주목할 만 하다.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토큰화된 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21년 시행된 전자증권법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증권의 발행 허용을 규정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증권을 암호증권이라고 명명하고 국내 계좌관리기관처럼 발행인이 암호증권등록부의 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첫번째 암호증권을 발행한 회사가 지멘스다. 지멘스는 독일 시가총액 2위의 종합 기술기업으로 스마트 인프라, 모빌리티 등을 운영하는 그룹사다. 지멘스는 올해 2월 6000만유로 규모의 1년 만기 회사채를 암호증권으로 발행했으며 판매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멘스에서는 회사채의 암호증권 발행을 통해 두가지 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먼저 회사채 판매를 금융기관이나 예탁결제원의 관여 없이 직접 수행함으로써 관련 비용을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로는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을 활용함으로써 거래소를 통한 중앙 청산이 필요없다는 것도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2020년 시행된 가상자산 규제 2차 개정안에 증권토큰의 정의와 요건 규정을 포함시켰다. 이에 맞춰 노무라, 라쿠텐증권, SBI증권 등 일본 6개 증권사가 공동으로 일본 STO 협회(JSTOA)를 설립해 자율규제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이 중 SBI증권은 자회사인 SBI e-스포츠의 보통주 1000주를 증권토큰으로 발행해 약 5000만엔의 자금을 조달했다. 2021년에는 미쓰이 스미모토 신탁은행에서 디지털 자산 발행 플랫폼인 시큐리티즈 재팬을 통해 신용카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증권토큰을 발행하고 신용평가기관에서 A-1 등급을 취득했다.

일본에서는 이같은 사례들을 통해 증권토큰에 대한 다수의 성공적인 이력을 확보했다. 특히 증권토큰 발행으로 기존 증권 발행에 드는 수수료의 절감 효과를 확인한 금융사들이 STO 플랫폼과 관련해 다수의 협력 사례를 추진함으로써 시장 개척과 발굴에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


세계화에 필요한 두가지


해외에서도 여러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토큰증권이 국제적으로 활성화되려면 두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번째는 표준화다. 한국이 앞선 첨단 기술 분야에서 표준화에 미진하다가 뒤떨어진 경우는 상당히 많다. 특히 스마트폰 등장 이전에 모바일 인터넷에 위피(WIPI)라는 독자 플랫폼을 내세웠다가 세계화에 실패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증권과 금융이 대표적인 규제 시장이고 국가별로 각각 규제가 달라 표준화가 어렵다 하더라도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까지 고유함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이는 특히 독일의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다. 신원인증(KYC)과 관리감독의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자산의 토큰화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에 토큰증권을 설계해야 중개인이 없는 상황에서 얻는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이더리움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의 표준을 따른다 하더라도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구동한다면 투명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신뢰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 블록체인을 채택한 의미가 떨어지게 된다.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비록 유통에 치우쳐있다 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도권으로 포섭함으로써 단점은 없애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제도권 내에서 시작된 토큰증권은 가상자산의 이점인 금융 세계화를 제도권 차원으로 풀어내기에 더 없이 좋은 소재다. 금융의 신뢰와 기술의 편의를 조합하는 묘수를 통해 투자자 보호와 산업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토큰증권으로 잡아내기를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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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영
ZDNet코리아 및 매일경제 기자, 디스트리트 편집국장을 거치며 디지털자산과 진보된 미래를 집중 탐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경미디어그룹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인 '엠블록컴퍼니'에서 최고전략담당자(CSO)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을 전공하고,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재무금융전공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