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산업은 금융 DNA가 필요하다
2023.08.30

가상자산 산업은 금융 DNA가 필요하다

김성현((주)인피닛블록 운영이사)


| 서론


지난번 정책 제언을 작성한 이후 그 짧은 시간 안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좋게 말하면 다이나믹하고, 나쁘게 말하면 한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마음이 쓰리지만 아직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믿을 수밖에.

각설하고,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내부통제 미흡에 있다고 보인다. 회사의 리스크란 시스템 해킹이나 내부자 횡령 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금 유동성 관리, 우량한 파트너 발굴, 안정적인 자산운용 전략 등 사업과 고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이런 기준을 세우고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 번만 눈감으면 수익이 생기는데’, ‘옆에 있는 회사도 하니까 우리도...’와 같은 생각들이 리스크를 작아 보이게 한다.

금융업, 금융회사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금융이라는 말은 법적인 정의가 존재하는 단어다. 따라서 금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정보보호, 이용자 보호 등 법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지켜가며 사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제도에 익숙하지 않다. 제도하에 있었던 시간보다 제도 밖에 있었던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 본론


제도의 부재가 아쉽지만, 그것은 업체들이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제도에서 하나하나 짚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 스스로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물론 현시점에서 가상자산산업이 법적으로 금융산업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위가 소관부처로 지정되는 등 향후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사업자들은 리스크를 관리하고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대책은 다음과 같다.

  1. 금융의 기본은 앞서 말한 것처럼 리스크 관리를 통한 금융 소비자 보호이며,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리스크 분산이 필요하다.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금융의 각 기능들은 각기 다른 사업체로 분산되어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기능이 지나치게 중첩되어 있으나 현재 금융사들과 마찬가지로 기능에 따라 독립적인 사업체로 분산될 필요가 있다.


  2. 1번 측면에서 향후 커스터디 사업이 중요할 것이다. 현재 금융 시스템은 아무래도 은행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기능적으로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이 은행과 유사하며, 시장의 기초적인 인프라 사업으로 자리잡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국내외 법령들은 고객자산에 대한 제3자 예치 및 신탁을 요구하고 있다.


  3. 마지막으로 위 내용들이 잘 자리잡기 위해 금융산업을 이해하는 금융권 출신들의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듯 금융사업도 해본 사람이 잘 할 수 있다.


필자가 느낀 시장 참여자들은 아무래도 제도 저항적인 성격이 있다. 하지만 온전히 제도권 밖에서 사업할 생각이 아니라면, 금융권 출신 인재와 경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1번과 2번은 사업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마지막 3번의 내용은 사업자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페이팔의 결제 사업 등 커스터디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늘어나고 있고, SEC 전 위원장의 이직 등 금융권 인사들의 가상자산 업권으로의 이동도 빈번하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시장이 제도화되고 성숙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 결론


모쪼록 국내 자산운용사들로부터 발생한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마무리 되기를 바라며, 다음 시간에는 제도에 대한 제언 대신 페이팔 등 실제 사례를 통해 커스터디가 어떻게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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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커스터디를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인피닛블록에서 운영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주)카르도, NH농협은행, 아이콘루프를 거쳐 디지털 금융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환경금융학 석박사 통합 과정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