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K-브랜드 키우려면
2025.02.25

글로벌 명품 K-브랜드 키우려면

by 김용선(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니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길 원한다.”

백범 김구의‘나의 소원’에 나오는 말이다. 백범이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소원이 이제야 이뤄진 것일까.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한국 문화‘한류’가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K-컬쳐를 동경하고 직접 체험하고자 사람들이 몰리면서 한국 음식, 패션, 화장품 등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어느 나라를 가든 시장이나 편의점에 한국 상품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식품업체가 한글 상표로 된“한국라면”을 출시하면서 광고 모델로 국내 인기 걸그룹 뉴진스를 기용해 국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류가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불과 반세기 만에 개발원조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로 전환된 세계 최초의 사례를 썼다. 한편으로는 외국 제품을 카피해서 팔던 시절에서 이젠 우리 제품이 카피 당하는 상황으로 역전되었다. 선진국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방어에 급급했던 기술, 브랜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을 우리도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실제 중국, 동남아 등에서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우리 기업 제품을 모방하거나 도용한 상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예 한국의 인기 상표를 자국에서 무단 선점해 우리 기업의 진출을 막거나 상표 사용 대가로 막대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작년 한 해 우리 상표를 무단 선점한 사례가 중국에서만 2천백 건이 넘는다.

해외에서 K-브랜드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먼저 국내에서부터 정당한 상표권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상표권 침해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수십억 원대 짝퉁을 팔아 강남 호화 주택에 살면서 고가 슈퍼카를 굴리는 유명 인플루엔서가 검거되기도 했다. 정작 국내에서 짝퉁이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K-브랜드를 강력하게 보호해 달라 요구하는 건 낯부끄러운 일이다. 

현재 상표권 침해에 대해서는 상표법에 의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상표 침해로 적발이 되더라도 생계형이나 초범이라는 이유로 실형을 받는 경우는 드물고 기껏해야 몇백만 원 벌금만 내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법집행으로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말이 안 나오게 해야 한다.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위조상품 유통 모니터링과 신속한 차단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옮겨 가면서 위조상품도 종래 재래시장이나 거리 상점보다 온라인 마켓에서 주로 유통되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전담하는 공공기관인 한국지식재산보호원(KOIPA)에서는 그간 수작업에 의존해 왔던 온라인 시장 모니터링에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채택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AI 민간 기업들과 협업해 알리바바, 라자다 등 전 세계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위조상품을 추적하고 판매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지난해만 27만여 건의 짝퉁 K-브랜드 판매 사이트를 차단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12조 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 수출 기업의 지재권 보호와 관련 애로를 전담 지원하는 시스템도 보강되어야 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2024년에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주요국 10개소에 해외지식재산센터(‘해외IP센터’)를 설치했다. 여기에는 변호사, 변리사 등 현지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우리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브랜드와 기술의 권리 획득, 무단 선점된 상표의 회수, 지재권 분쟁 발생 시 전문 상담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동 센터가 설치된 지 1년밖에 안 되었지만, 기업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센터의 기능을 확충하고 아직 지원 손길이 닿지 않고 있는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에도 추가적인 설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는 온라인 시장에서 위조상품 유통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상표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여기에는 소비자 등이 위조상품을 발견하여 온라인 플랫폼에 신고하면 판매 게시물을 삭제 조치토록 하고 미조치 시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기업 부담을 들어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위조상품 유통 방지 조치를 하면 해당 플랫폼 기업은 면책하는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위조상품 유통 방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과도 연결되기에 이번 개정안은 조속히 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2024년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애플사의 브랜드 가치가 517억 불(약 75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단돈 만 원에 판매되는 흰색 무지 티셔츠에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붙이면 100만 원이 훨씬 넘는 명품이 된다. 이게 브랜드의 힘이고 지식재산권의 가치다. 우리 K-브랜드도 이렇게 키워야 한다. 지식재산권의 보호가 국가적으로 시급하고 중요한 이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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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선
제37회 행정고시 합격 이후 특허심판원 심판장, 특허청 차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으로서 국가 혁신성장과 공정 경제질서 도모에 힘쓰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졸업 이후 충남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