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시너지, 가치사슬에서 찾는다
2024.05.17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시너지, 가치사슬에서 찾는다

by 김용영((주)엠블록 CSO)


| Intro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은 현재 각각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AI는 챗GPT를 필두로 정보 검색 분야에서 오랜 시간동안 시장을 장악해온 키워드 검색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필두로 디지털 정보에 임의로 삭제할 수 없는 기능을 추가해 영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자산으로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각각 따로 발전해왔던 두 기술은 현재 서로 취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급격한 발전을 이뤄낸 AI의 취약점 및 문제점을 블록체인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많은 논의와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AI의 가치사슬에서 각 단계별로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 AI의 6단계 가치사슬


맥킨지에서는 생성형 AI의 가치사슬로 총 6개 계층을 제시했다. 가장 하층에 위치한 컴퓨터 하드웨어부터 클라우드 플랫폼, 파운데이션 모델, 모델 허브 및 머신러닝&운영(MLOps),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까지다. 각 분야별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중앙집중화와 독점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맥킨지가 제시한 AI 6단계 가치사슬. 출처 : 맥킨지

컴퓨터 하드웨어는 그래픽연산장치(GPU)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전용 GPU인 H100이 이에 해당된다. 엔비디아는 AI 붐을 등에 업고 폭발적인 GPU 매출을 기록하며 뉴욕 증시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구글 등에서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관련해 여러 스타트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으로는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을 들 수 있다. AI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컴퓨팅 작업을 집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는 AI에서도 GPU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라우드의 장점인 유연한 대응을 AI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가장 기본적인 AI 학습 모델을 뜻한다. 챗GPT의 GPT-3.5, GPT-4 등이 이에 해당된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가 GPT 시리즈를, 구글이 제미니를, 메타라 라마-2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여러 데이터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막대한 규모의 컴퓨팅 자원이 소요된다.

모델 허브 및 MLOps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한 개발, 운영 도구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이용해 만든 AI 기능을 애플리케이션에 배포, 적용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파운데이션 모델의 개발, 운영사에서 함께 제공하거나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리케이션은 AI를 활용해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말한다. GPT 시리즈를 활용해 논문을 요약하거나 프레젠테이션용 파일을 생성해주는 웹 애플리케이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에 기초해 산업이나 범주에 특화된 데이터를 학습시킴으로써 각 산업별로 특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과 비슷한 기능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대화 형태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챗GPT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이 필수적인 생성형 AI이기 때문에 기능 개선 측면에서 서비스가 애플리케이션보다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도 한다.


| 블록체인 적용은 클라우드 플랫폼부터


이 중 블록체인과의 결합이 가장 활발히 시도되는 분야는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막대한 양의 GPU가 필요한 만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인센티브 구조로 이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렌더 네트워크, 아이오넷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렌더는 5만개 이상의 GPU를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로 구성해 제공하고 있으며 아이오넷도 수십만개의 GPU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반 사용자들에게 유휴 GPU 파워를 제공받고 보상으로 토큰을 지급하며 반대로 GPU 사용자들에게 토큰을 받고 컴퓨팅 파워를 제공한다.

탈중앙화한 형태의 클라우드 플랫폼은 AI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돼 왔지만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에 비해 낮은 접근성, 결제 등 사용상의 불편함 때문에 널리 보급되진 않았다. 그러나 AI라는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클라우드 사업자가 제공하는 컴퓨팅 자원이 한계가 있어 탈중앙화한 형태로 유휴 자원을 끌어 모으는 '티끌 모아 태산' 형태의 서비스 모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다른 분야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들 수 있다. 특히 모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급, 관리하는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방식이 결합되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된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하면 머신러닝 모델의 결정 근거를 추적하고 검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분석 결과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또 AI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저작권 문제도 완화시킬 수 있다.

오션 프로토콜은 데이터 공유에서 시작해 현재는 AI 학습용 데이터 거래에 집중하고 있다. 탈중앙화한 형태로 데이터 거래를 진행함으로써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존하며 데이터 거래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오션 프로토콜은 페치AI, 싱귤래리티넷과 합병해 대형 AI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부상한 바 있다.
또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캐스퍼랩스가 IBM과 협력해 AI 학습용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저장하고 이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AI 도입 기업에게 모델 통제를 위한 감사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기술 결합 장점은 뚜렷, 효율성은 따져봐야


이외에도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은 다방면에 걸쳐 시도되고 있다. AI에서 관찰되는 여러 문제들을 블록체인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추론 또는 분석 결과의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블랙박스'와 대규모 자원 투입에 따른 중앙집중화를 들 수 있다. 블랙박스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으로, 중앙집중화는 블록체인으로 구축되는 탈중앙화 구조로 각각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AI와 블록체인의 전면적인 결합은 몇가지 우려 사항을 낳는다. 먼저 데이터 경로를 잘 설계하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는 변경과 수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른바 검열 불가능한 특성은 데이터 위•변조 방지에는 매우 큰 장점이지만 잊혀질 권리 보장에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AI가 잘못 결합될 경우 개인정보 침해가 더욱 증폭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관심이 쏠리고 있는 에너지 효율성에서도 AI와 블록체인은 모두 막대한 소모량을 보이는 기술이다. 비트코인의 채굴에 소요되는 전력은 이전부터 문제로 지목돼 왔다. AI도 챗GPT가 구글 검색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거의 10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AI와 블록체인이 거대한 생태계로 결합할 경우 소요 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AI와 블록체인이 모든 가치사슬에 걸쳐 단일 시스템으로 결합될 때 효율적이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AI의 가치사슬 별로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시도는 전체 AI에 결합했을 때 상호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 추론해 가장 잘 들어맞는 결과를 내놓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효율성을 높여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와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효율성보다 안정적이고 보안성이 갖춰진 운영을 지향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두 기술을 전면 결합했을 때는 장점이 서로 상충되면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 시 가치사슬별로 장단점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기술의 시너지를 찾으려는 노력은 당분간 AI의 가치사슬별로 블록체인이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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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영
ZDNet코리아 및 매일경제 기자, 디스트리트 편집국장을 거치며 디지털자산과 진보된 미래를 집중 탐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경미디어그룹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인 '엠블록컴퍼니'에서 최고전략담당자(CSO)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을 전공하고,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재무금융전공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