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가상자산 시장 판을 바꾸다
2024.03.15

비트코인 현물 ETF, 가상자산 시장 판을 바꾸다

by 김용영((주)엠블록 CSO)


| ETF, 가상자산 시장 판을 바꾸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매섭다. 1월 10일자로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이유다. 승인 직후 소폭 조정 받은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물밀듯이 밀어닥친 기관 자금으로 2년여만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3월에는 한화 기준 1억원을 돌파했고 달러 기준으로는 7만 3천달러를 넘어 새 기록을 작성했다.

ETF가 코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기에 비트코인이 이처럼 강세로 돌아선 것일까? 크게 세가지를 들 수 있다. 그동안 불가능했던 기관들의 투자 경로 제공, 이에 따른 개인에서 기관으로의 시장 중심 축 이동, 그리고 제도화된 장내 시장의 영향력 확대다. 세 요인은 그동안 규제 회색지대로 꼽혔던 가상자산 유통 시장에 규제에 부합하는 안정성을 제공하면서 신규 자금 유입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ETF 허용되자 기관 자금 일제 유입


비트코인 현물 ETF는 제도 미비로 진입하지 못했던 기관 자금이 유입될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관 투자자에게 기존 투자수단의 친숙한 형식과 급성장하는 가상자산 시장을 결합해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은 규제 내 가상자산 투자라는, 기존에 불가능했던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가장 먼저 기관은 자사 투자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정식으로 편입할 수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1% 할당하면 운용 성과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은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트코인과 다른 투자 자산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금융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카운터파티 리스크도 ETF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카운터파티 리스크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용 위험을 뜻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카운터파티 리스크는 지난 2022년 발생한 FTX의 파산을 들 수 있다. 전세계 3위 거래소인 FTX가 고객 자산을 소유한 채로 파산 보호 신청을 한 것은 가상자산 시장의 카운터파티 리스크가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이후 기관들의 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것은 자명한 결과다. 그러나 ETF 발행사로 블랙록, 피델리티 등 신용 위험도가 매우 낮은 전통 금융권이 나서면서 리스크를 낮춘 것이 기관들의 투자 유입으로 이어졌다.


| 비트코인 거래에서 ETF 비중 계속 증가


이같은 장점 때문에 비트코인 현물 ETF는 상장 이후 급속도로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승인 기준으로 약 70일만에 누적 거래량 1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일별 거래량으로는 3월 4일 약 100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ETF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결과다. <이미지 참고>

<이미지 - 비트코인 현물 ETF 일 거래량>
출처: The Block Data

장중 거래가 급증했다는 것은 비트코인 거래 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음을 시사한다. ETF 출시 이전까지 비트코인 거래 시장은 바이낸스, 업비트와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거의 전부였다. 이 거래 시장은 하루 24시간, 주 7일 운영되지만 개인 투자자가 전부인 시장이다. 그러나 ETF로 새롭게 형성된 기관 투자자 중심의 유통 시장은 뉴욕 증시 거래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운영되며 주말과 휴일에는 거래를 중단한다. 시장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현물 ETF 거래량이 급증할 당시 전체 비트코인 거래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대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장내 거래를 통해 유입된 기관 자금은 개인 투자자 중심의 리테일 시장이 전부였던 비트코인 거래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융합 촉매 ‘ETF’


가상자산을 필두로 하는 새로운 금융과 전통 금융을 융합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역외 송금을 수행하는 리플을 시작으로 증권토큰발행(STO), 적격 투자자 대상 탈중앙화 금융 등 다양한 시도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파생상품의 포장을 입힌 현물 ETF가 현재까지는 두 금융을 연결하는 가장 성공적인 교두보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성공은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의 융합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전망이다. 당장 뉴욕 월가에서는 다음 현물 ETF 후보로 이더리움을 올리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의 주역인 블랙록은 최근 이더리움 기반 토큰화 펀드인 ‘비들’을 적격 투자자 대상으로 출시했다. 이밖에 전통 금융의 가상자산 수용 사례가 올 한 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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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영
ZDNet코리아 및 매일경제 기자, 디스트리트 편집국장을 거치며 디지털자산과 진보된 미래를 집중 탐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경미디어그룹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인 '엠블록컴퍼니'에서 최고전략담당자(CSO)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을 전공하고,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재무금융전공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