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 출범 의의
by 김성현((주)인피닛블록 운영이사)
| 서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의 시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흐르고 있다. 비트코인은 어느덧 4번째 반감기를 지났고,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이어 홍콩은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현물 ETF 역시 출시했다. 현실경제와 블록체인의 만남은 더욱 심화했고 전통 금융기관의 블록체인 도입이 더욱 가속화되는 등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세는 이제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빗고(BitGo) 등 많은 해외 크립토 기업들이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빗고는 지난해 발표한 하나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커스터디(Custody)사 신규 설립 및 VASP 신고 수리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이미 예전부터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려 했지만 규제의 문턱에서 좌절했거나 규제에 대한 이해도 등의 문제로 진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고팍스를 인수한 바이낸스가 있다. 빗고와 같이 업계에서 오래 명성을 떨친 기업이 이제야 국내 진출의 시작점에 있다는 것 역시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국내외 기업들도 규제를 피해 해외로 나가는 추세다. 이미 국내 대다수 게임사들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자회사나 재단을 싱가포르, 두바이 혹은 아부다비 등 해외에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ICO를 원하는 재단은 물론이고 자산운용사, 지갑업체들도 중화권이나 일본 등으로 눈을 돌린다. 이런 상황은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공백, 시장의 업체들을 규합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의 부재라는 상•하방 모두의 공백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 본론
우리나라 가상자산 규제는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해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역시 아직은 규제가 조성되는 시기이나, 국내에 비해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 다양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이는 법적인 환경, 토대가 어느 정도는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규제가 아직 거래소의 영업 행위에 대해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출발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업계에서 다양한 제언을 올리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간 국내에는 업계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협의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원화 실명계좌를 얻은 거래소 간 협의체인 DAXA가 출범했으나, 일부 거래소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종합적이고 공식적인 협의체는 아니었다.
이에 지난 3월 27일 금융위원회 산하의 핀테크산업협회로부터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가 출범했다.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가 기존 DAXA와 갖는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정부 유관 기관의 공식적인 협의회로 출범함으로써 보다 공식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거래소 외에도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플레이어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소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이나 보안과 같은 기술은 물론이며 커스터디나 자산운용 및 OTC 등 서비스와 세무회계, 법률, 컨설팅 등의 부가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가 복잡다단하게 공존하고 있다. 최대한 법을 지켜가며 사업을 영위하려 하지만 현재의 규제로는 이들의 고민을 모두 해결하기 어렵다.
한편 당국 입장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다. 당국은 시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달되어야 규제 입안 시 다양한 이해관계를 더욱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거래소 이외의 다른 플레이어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됨으로써, 기존 법의 개정이나 향후 업권법 제정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 결론
아무리 웹3.0가 탈중앙화를 중점적으로 추구하더라도, 규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해외로 떠나도 결국 규제라는 걸림돌에 직면하게 되고, 국내에서도 동시에 규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보다 다양한 업계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규제 인프라 구성에 있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업계 전체의 성장에 힘이 보태질 것이다.
아직 시장의 성장을 위한 시간은 남아 있다. 새로운 협의회가 출범한 만큼 시중의 많은 사업자들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혁신을 위한 작은 목소리를 협의회를 통해 적극 개진해야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가 조금은 멈춰 있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계를 다시 원활하게 움직이는 윤활유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