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AI 도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2024.05.10

금융 AI 도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by 길진세(BC카드 M-TF 차장)


| Intro


전 산업에 AI바람이 거세다. ChatGPT가 보여준 AI의 새로운 영역은 보는 이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어 미드저니(Midjourney), 소라(Sora)와 같이 이미지와 영상에서도 AI가 활약하자 다음은 무엇일지 기대는 커지게 되었다. 다양한 영역의 일자리도 위협받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밍 영역에서 AI는 이미 보조수단으로서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예전에 초급개발자가 하던 작업은 이제 AI가 모두 처리한다. 이제 막 개발을 공부하는 개발자들은 고민이 더 깊어졌다. 반면 IT기업은 개발자를 줄이고 AI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여 만족하고 있다.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권도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많은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타 산업에 비해 촘촘한 규제에 둘러 쌓인 금융업은 어떻게 AI를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금융업 도구로서 AI활용


의외로 국내 금융기관들은 AI 활용에 적극적인 편이다. 트렌드에 뒤쳐지면 안된다는 압박이 있고, 실제로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AI를 활용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부터 기업대출 심사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대출 심사는 기업이 요청하는 대출신청 내용을 해당 지점의 지점장, 심사역이 심사하고 승인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이를 자동화해서 영업점 창구에서 승인여부/금액/금리를 당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기업대출은 개인대출에 비해서 자동화를 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개인과 비교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단 기업대출에서는 비교적 크지 않은 규모인 50억원까지만 AI를 활용하도록 한도를 설정해 두었다. 개인대출에는 인공지능을 빠르게 적용하여 소비자가 직접 사용해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하나은행의 원큐 앱의 대출상품 탭을 보면 AI 대출이라는 상품을 찾아볼 수 있는데 대출 실행시 AI 가 고객의 거래패턴을 분석해서 한도를 정해준다. 심사에 필요한 서류들은 모두 관련 기관에서 자동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고객이 따로 행동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하나은행 거래기록이 6개월 이상 있는 고객에 한해 가능하다. 

국민은행도 AI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금융 AI센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 기반기술을 연구, 내재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B-STA(State of the art Text Analytics)라는 한국어 텍스트 처리 기술이 있다. 한굴 문서에 대한 자연어 처리를 돕는 도구이다. 한글 형태소 분석, 고유명사 추출, 핵심 키워드 추출, 문서 카테고리 분류 등이 가능하다. 

또한 국민은행은 ML-Ops (Machine Learning + Operation, 머신러닝 모델 개발과 운영을 통합하는 것)를 구현하여 여신업무에 운용중이다. 기업여신 자동심사를 인공지능 기반으로 수행중인데 빅데이터 기반의 여신심사라고 해서 빅스(Bicss, Big data CSS (Credit Scoring System))라고 한다.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를 활용하여 신용 위험도가 낮은 여신에 대해 시스템이 보는 결과를 담당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경기변동에 대응하며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될 수 있도록 모형의 발전을 감안한 설계가 눈에 띈다. AI 재학습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하는데, 년 단위로 주요 로직을 최신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현행화, 재학습 하는 것을 전제로 만든 것이다.


|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활용


업무용 도구가 아니라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직접 활용된 사례도 있다. 뱅크오브 아메리카(이하 BoA)의 라이프 플랜(Life Plan)이 좋은 예시이다. 라이프 플랜은 AI 기반의 자산관리 코칭 프로그램이다. 모바일 앱과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 라이프 플랜 서비스를 사용하려고 고객들은 2022년 12월까지 550억 달러 이상을 BoA 계좌에 예치했다고 한다. 출시 후 2년만에 천만 명 이상의 고객이 라이프 플랜(Life Plan®)을 이용했다. 라이프 플랜 앱은 고객이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장단기 목표를 설정 및 추적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를 더 잘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은행앱으로서 꽤 고도화된  디지털 경험제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BoA는 ‘이용 편의성 극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앱 설치 과정 자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 채널에 부가 서비스로 편입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 결과 BoA는 ‘라이프플랜’ 출시 이후 10일만에 전체 고객의 약 1.2%(47만 5000여명)가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높은 호응을 받았다. 보수적인 금융 대기업의 서비스로는 이래적으로 성공적인 AI 활용 예라 하겠다.


| 금융의 AI 도입,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AI 열풍덕에 지금도 금융AI 관련 다양한 케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대부분 여신심사와 같은 특정 영역에 집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AI 를 도입했다 라기보다 RPA(업무자동화, Robotic Process Automation) 느낌이 아직은 더 크다. 인간이 만들어 둔 여신평가 기준에 대해, 대량의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쏟아부어서 결과를 도출해 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여신평가와 부정사용탐지(FDS, Fraud Detection System)가 AI가 활발히 쓰이는 분야이며, 이외에도 다방면에서 추진되고 있다.

반면 Chat GPT 와 같은 초거대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은 도입을 국내 여러 금융사에서 다각도로 검토중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부족하다. 금융 클라우드가 도입 초기 난항을 겪었던 이유가 고객정보보호 이슈였는데, LLM도 같은 이슈가 있다. 또 정확한 고객응대가 필요한 금융업의 특성상 아직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AI도입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법제도의 개선과 기술의 발달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지켜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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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가맹점 지향 신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