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지는 해외결제 수단이 주는 시사점
2024.05.03

다양해지는 해외결제 수단이 주는 시사점

by 길진세(BC카드 M-TF 차장)


| Intro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출장이나 여행 준비과정에서 환전은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었다. 여행자 카페에서는 서울역 안 어느 은행 환전소가 가장 환율이 좋더라 라는 정보가 돌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바일 뱅킹으로 환전이 편리해진 것도 영향이 크지만 해외 결제방식이 다양화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트래블 월렛을 비롯하여 다양한 외화 선불 충전형 카드들이 등장했고 간편결제들도 가세하고 있다. 해외결제 수단의 경쟁현황을 알아보고 거기서 나타나는 시사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 다양해진 간편결제 수단


현금과 신용카드가 주류였던 해외결제 시장에 트래블월렛이 나타난 것은 2021년의 일이다. 트래블월렛은 스타트업임에도 VISA의 핀테크 지원 프로그램인 Fintech Fast Track 을 통해 비자 회원사가 되어 국제 결제 카드를 발급할 수 있었다. 트래블월렛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선불카드였다. 국내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해외전용카드로, 원하는 외화를 미리 환전해 충전한 뒤 해외에서 해당 국가의 통화로 결제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신용카드와 같은 부가서비스 혜택이 전혀 없으니 트래블월렛은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트래블월렛은 세가지 특징으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았다. 첫째, 트래블월렛을 사용하면 높은 우대 환율로 모바일로 외화를 편리하게 구매함으로서 은행에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둘째, 신용카드로 해외결제를 하면 국제브랜드 수수료와 해외이용수수료가 발생하고 환율 또한 사용시점과 달라 내가 얼마를 쓴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트래블월렛은 원화와 현지통화를 구분하고 외화사용액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고객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셋째, 현지 ATM에서 소액을 인출할 경우 수수료가 없었다. 이러한 강점으로 트래블 월렛은 출시 3년만에 400만명이 사용하는 카드로 성장했다. 트래블월렛의 성공 이후 유사한 카드가 시장에 쏟아졌다.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신한은행의 SOL 트래블, 토스뱅크의 토스체크카드 등은 모두 동일한 방식의 카드이다. 

트래블월렛과 같은 카드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빅테크 기반의 간편결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는 모두 해외 QR 결제를 지원한다. 각 사가 국내에 기반을 둔 사업자임에도 단기간에 해외 결제를 지원할 수 있었던 건 알리페이 플러스와의 제휴 때문이다. 알리페이 플러스는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이 운영하는 글로벌 간편결제 네트워크로 각 국가의 간편결제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카카오페이 사용자가 태국의 트루머니(True Money) 가맹점에서 QR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다른 해외결제 수단으로 GLN 이 있다. GLN은 하나은행의 자회사인 지엘엔 인터내셔널(Global Loyalty Network International)에서 개발한 글로벌 결제 플랫폼이다. 2019년 4월 대만을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5개국에서 QR기반의 결제를 서비스하고 있다. GLN 자체 앱을 활용하거나 제휴사인 토스, 하나원큐 등의 앱으로 사용가능하다.


| 해외결제 경쟁에서 찾는 인사이트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동일한 방식으로 결제를 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가 전제되어야 한다. 단일한 망이 전 세계에 퍼져 있거나, 아니면 수많은 망 사업자가 하나로 연결되어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통신에서 비슷한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 위성통신망 이리듐(Iridium)은 인공위성 77개를 활용하여 전세계 어디에서도 통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모토롤라는 과도한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해 9개월만에 타 사업자에게 사업을 매각하고 만다. 지역별 통신사를 서로 연결하는 로밍 방식의 경제성이 훨씬 좋았던 것이다. 결제에서도 지역 사업자간의 결제망 연계가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연결을 담당하는 비자, 마스터, 알리페이 플러스, GLN은 모두 망과 망을 연결하고 있으며 지금도 각 나라의 결제사업자들과 제휴하며 커버리지를 넓히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커버리지 외에 특이한 변수로 인해 판도가 바뀌기도 한다. 트래블월렛 등의 외화선불카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ATM 출금 수수료가 무료이다. 카드를 받아주는 가맹점에서는 트래블월렛으로 결제를 하고, 카드를 받지 않는 가맹점은 현금을 인출해서 사용하면 된다. 트래블월렛은 이런 편의성으로 빠르게 시장을 점령해 나갔다. 그러나 유독 태국에서는 GLN 사용이 더 편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태국의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할때는 금액에 관계없이 현지 은행에서 부과하는 수수료가 건당 220바트(한화 7천원가량)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상점에서 QR 결제가 가능한 GLN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현지 상황에 맞춰 고객들의 선택 또한 능동적으로 변하는 사례라고 하겠다.


| 마치며


신용카드와 환전만으로 여행준비를 완료하던 때를 지나 다양한 결제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사업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계속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해외 결제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 사업자간 연합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관전 포인트는 많다. 경쟁으로 인한 소비자 효용을 누리며 흥미롭게 지켜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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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가맹점 지향 신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