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aS(Banking-as-a-Service)는 이커머스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by 김경민(카페24 Business Analyst)
| 이커머스에서 대출을 제공한다?
이커머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표 중 하나는 Take Rate 지표이다. 나이키처럼 브랜드가 직접 재고를 가져가면서 운영하는 이커머스도 있다. 동시에 직접 재고를 가져가진 않지만, SMB(Small and Medium-sized Business) 판매자 및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형태의 이커머스도 있다. 입점한 판매자들이 상품을 등록해서 거래가 발생할 때,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취한다.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거래액을 대표적으로 가져간다. 하지만 거래액이 수익성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거래액 중 얼마나 매출을 발생시켰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것이 Take Rate 지표에 대한 개념이다.
글에 앞서 개념을 조금 더 명확히 하면, 이 글에서 말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쇼피파이(Shopify), 카페24, 아임웹처럼 사업자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부터, 쿠팡, 무신사, 지그재그처럼 사업자가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통칭한다.
특히 최근에는 Take Rate 지표가 중요해지고 있다. 코로나 때 급격하게 성장한 이커머스는 성장률은 조금씩 둔화하고 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의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도 20.2%의 성장률을 보였던 이커머스 시장은 2022년도에 10.3%, 2023년 상반기에 5.6%의 성장률을 보였다[1]. 또한 고금리와 함께 성장성보다 수익성이 더 중요해지는 지금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은 매출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판매자들을 통한 매출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수수료나 서비스 이용료 자체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지나치게 높일 경우에는 브랜드 파워가 강한 판매자가 플랫폼을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판매자가 이용할 수 있는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여 매출을 높인다. 풀필먼트와 같은 물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부가서비스 중 하나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Banking-as-a-Service(이하 BaaS)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BaaS를 통해 판매자 또는 엔드유저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쇼피파이는 사업자에게 Shopify Capital이라 불리는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Shopify Capital은 소매업체가 자본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대출 및 선불금 상품을 제공한다. 판매자는 쇼피파이를 통해 복잡한 은행 절차 없이도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쇼피파이의 입장에서도 Take Rate와 수익성을 높여준다. 실제 쇼피파이는 이런 성과를 토대로 솔루션과 물류서비스에 그들의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 BaaS는 이커머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BaaS에 대해서 알아보자. BaaS는 금융업체가 비금융업체를 대상으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나 서비스 모듈을 활용해서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커머스 플랫폼과 같은 비금융업체는 이런 서비스를 활용해서 판매자나 엔드유저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BaaS는 크게 2가지 운영 모델을 가져간다. 첫 번째 모델은 에이전시 은행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모델이다. 이 경우,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은행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고 대신 에이전시 은행의 라이선스와 인프라를 활용한다. 이러한 협력 관계에서 에이전시 은행은 언더라이팅, BIN(Bank Identification Number) 후원, 운영 지원 및 결제 처리와 같은 핵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핀테크 기업이나 이커머스 플랫폼이 고객에게 브랜드화된 결제 카드를 제공하려 할 때, 에이전시 은행은 해당 카드의 발급과 관리를 지원함으로써 위 기업이 금융 규제의 복잡성을 직접 관리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이 경우 비용 효율성과 시장 진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을 가진다. 기업은 은행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이 자체 은행 라이선스를 보유하며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이 모델에서 기업은 자체적인 언더라이팅 권한과 함께 금융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 하지만 IT 인프라, 결제 시스템, 고객 지원 등 특정 영역에서는 여전히 전략적 파트너와 협력할 수 있다.
이러한 독립적 운영 모델은 기업에게 더 큰 통제력과 맞춤화된 서비스 제공 가능성을 부여하지만, 규제 준수, 자본 요구사항, 기술적 복잡성 관리 등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은행 Revolut는 초기에 결제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하다가 후에 자체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독립적인 서비스를 확장한 케이스다.
이와 같은 BaaS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진행하거나, 혹은 자체 라이센스를 보유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플랫폼이 사업자나 엔드유저(제품 구매고객)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우선 디지털 지갑(Digital Wallet)이 있다. 디지털 지갑은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금융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손쉽게 접근하여 다양한 종류의 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Apple Pay, Google Wallet, Samsung Pay와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가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 정보를 디지털 지갑에 등록하면, 해당 정보를 활용하여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특히 빠르고 편리한 결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판매자에게도 필수적인 기능이다.
BaaS 플랫폼은 이러한 디지털 지갑의 기능을 한층 강화한다. 송금, 결제 처리, 계좌 관리뿐만 아니라, 더 복잡한 금융 서비스 예를 들어, 신용 스코어링, 대출 서비스, 투자 관리 등을 디지털 지갑에 통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Shopify Capital과 같은 판매자 금융(Merchant Financing)도 있다. 온라인 상점들이 자체적으로 또는 금융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대출 서비스다. 판매자 대출은 전통적인 은행 대출과 비슷한 절차를 따르지만, 사업에 특화된 조건과 요구 사항이 적용된다. 예를 들면,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사업의 연간 매출, 이익 마진, 운영 비용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사업주의 개인 신용 점수도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다루게 된다.
BaaS가 이커머스 플랫폼에 활용될 경우, 위와 같은 판매자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더 용이해진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 내에서 발생한 데이터와 결합을 통해서, 판매자에 대한 평가를 더 정밀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2].
예를 들면, 판매자의 채널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나 회원 수 등 여러가지 요소를 대출 상환 능력 평가 모델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토대로 재고 구매 등 사업을 위한 자금 대출을 더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익숙한 BNPL(Buy-Now Pay-Later) 서비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소비자가 제품을 즉시 구매하고 비용은 나중에 특정한 기간 동안 이자 없이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주로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체크아웃 과정에서 적용되며,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소비자가 물건을 즉시 받을 수 있게 한다.
BNPL은 구매 시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대금은 나중에 분할하여 지불하게 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고가의 전자 제품이나 가구를 구매할 때, 판매자 금융을 이용하면 구매 비용을 몇 개월에 걸쳐 분할하여 지불할 수 있다. 이는 고객에게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하고, 판매자는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BaaS 기반의 금융 서비스는 온라인 판매자에게 여러 이점을 제공합니다. 고가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점의 구매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 매출을 높이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 동시에 결제 이후 정산까지 발생하는 자금 순환문제 등 운영상 어려움 역시 이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커머스 플랫폼은 BaaS이 활용하여 그들의 수익성을 개선시킬뿐만 아니라, 판매자와 엔드유저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스타벅스가 과거 미국의 지방은행이 보유한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했던 것처럼, 이런 플랫폼은 상거래상 판매자와 구매자, 그리고 플랫폼의 자금력과 데이터/기술을 활용해서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과연 앞으로 금융과 플랫폼의 결합이 이커머스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끝”.
<각주>
[1] 2024년 국내 전자상거래 트렌드와 리테일의 미래 (마종수 교수, 2023.12.18)
[2] Baas Lending 101 (Vodeno, 202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