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Note] 혁신 조직의 첫 발걸음, "애자일(Agile)" - 3편
2022.12.23

Editor's Note


2021년 재직중인 회사 내에서 운영 중이었던 신기술연구모임(R&D)에서 도출된 과제들을 보고하던 중 한 아이템을 실제 추진했습니다. 파괴적 서비스를 시장에 던진 기업들을 벤치마킹을 하며 당시 연구모임의 리더 및 사내 소프트웨어공학 전문가인 팀장과 함께 ‘일 하는 방식’의 변화를 도모하게 되었습니다. 변화의 과정은 제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이는 혁신을 추구하는 그 어떤 조직에서도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첫번째 콘텐츠로 지난 1년간 제가 몸담고 있는 BC카드 pay-Z TF가 어떠한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했는 지 관련 개념들을 소개하며 실제 효과들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이 글을 통해 금융권에서 기술 및 SW 역량을 내재화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애자일 조직 문화를 고민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래봅니다. 


목차

  1. 애자일 방법론의 기본 개념
  2. 스크럼과 몰입
  3. 애자일의 성과, 그리고 최고의 복지는 "뛰어난 동료"



| 애자일 조직의 성과 : 1년 후


지난 1년동안 조직적으로, 개인적으로, 팀원들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팀원들과 개인에게는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조직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일하는 방식과 몰입 DNA를 이식할 수 있었습니다. 비씨카드 내의 다른 조직에서도 신사업에 대하여 유사한 형태인 비즈데브옵스(BizDevOps) 조직을 채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애자일 방법론을 채택하여 얻은 성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용의 효율화 : 불필요한 외주 비용 절감 

금융권에서 새로운 디지털 사업을 진행할 경우 적게는 수 억원, 많게는 수십 억원의 비용이 투입됩니다. 기술 내재화가 된 애자일 조직을 구성하게 되면 이전에 유사한 사업들과 비교하여도 효율성은 커진 반면 비용은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pay-Z에서 추진한 사업들과 수년 전 비씨카드 내에서 추진된 유사 프로젝트와 비교하여 약 20% 비용 수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pay-Z와 비슷한 시기에 외주사로 100%로 위임하여 사업을 시작한 타 카드사들과 비교하여도 기간에서는 2배, 비용에서는 최대 60배 정도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비용 부분은 민감한 영역입니다만 애자일 방법론에 의해 추진하는 사업이 항상 저비용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pay-Z의 초기 MVP에서 프론트엔드, 백엔드, 데브옵스, 인프라 구축 가능한 풀스택 역량을 지닌 직원이 구축을 주도했기 때문에 극단적인 비용절감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IT 조직이 있음에도 외주에 많은 것을 위임하는 기업에서 외주 비용이 많이 발생할 경우, 이처럼 자체 내재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애자일 기술 조직이 구성될 시 비용의 효율화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2) 일하는 문화의 변화 : 날개를 달아준 몰입

초기 직원들에게는 자유로운 출퇴근이 보장된 선택근무제가 운영되었고, 최신 개발 장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클라우드 환경 제공, 원하는 온라인 교육 지원을 해줬습니다. 몇 백만원이 투입된 비용 대비 효과는 매우 큰 편이었습니다.

우선 금융권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으로 개발 직원들의 몰입도는 타 조직과 회사를 압도할 정도로 높았습니다. Git 업무량 분석을 위해 commit된 서비스 소스 코드 분석에 따르면 일평균 LOC(Line of Codes) 기준은 600 수준이었습니다. 부연 설명하면 일별 1인당 평균 600줄 이상의 코드를 작성한 것입니다. 이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거론되는 테크사 평균(170 LOC)을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물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코드를 작성하였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놀란 수치이기도 합니다. 

선택근무로 인한 자유로운 근무 보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 디지털 노마드로서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가능했지만, 개발 장비와 근무 환경은 재택근무 보다 출근을 선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타 조직에 비해 재택근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코로나 19가 심하던 당시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강제로 재택근무를 시켰을 정도입니다. 

3) 공유의 문화 : 새로운 BM 시도와 기회

지난 1년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끊임 없는 시도와 도출된 자료들은 팀내 위키와 코드 리뷰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식 공유가 이루어졌습니다. 집단지성을 통해 완성되고 있는 기술 위키는 구글, 네이버보다 먼저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손쉽게 프로토타입을 부수고 만들고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부 구성원들의 역량은 회사 내 최고 기술 인력들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림 - pay-Z TF에서의 1년간의 위키>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문화는 단순히 기술 역량을 향상 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고려할 수 밖에 없게 합니다. 공유에 대한 적응은 손쉽게 누구나 아이디어와 기능(Function)에 대해 제안할 수 있게 되어 좀더 사업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스크럼 아이템의 우선순위에 의해 지연되더라도 최소한 pay-Z TF팀에서는 “이것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라는 의견에는 즉시 “안 됩니다.” 먼저 말하는 일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업을 대하는 생각의 전환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큰 사업의 경우 애자일 조직이 효율적입니다. 외주사로부터 BM(Business Model) 유출 걱정도 없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담도 기존보다는 적어 좀더 쉽고 다양하게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1년동안 이커머스, BNPL, 글로벌 QR Cross-border 결제, 미술품 사업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애자일 조직을 통해 새로운 BM에 대한 접근 시 Quick Win, Fast Fail이 가능합니다. 


| 최고의 복지는 탁월한 동료


애자일 조직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전문가입니다. 모든 것은 공유가 되어야 하고, 동료를 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직원에게 주어진 일이 다른 동료들이 생각했을 때 단 며칠 정도의 업무인데 몇 주의 기간이 발생한다고 말하면 ‘저 일은 어렵구나’가 아닌 ‘저 사람의 역량은 저 수준이구나’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직원이 몇 주가 걸린다는 업무를 다른 직원에 의해 단 며칠 만에 완수하는 것이 반복되면 몇 주를 말했던 직원의 평가는 인성과 역량에서 모두 마이너스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조직에 분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의 공유와 협업이 중요합니다. 업무에 어려운 점이 발생되면 모두가 정보를 공유를 할 수 있는 애자일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애자일 조직에서 최대한 일을 미루지 않고 동료들에게 빠른 피드백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정 업무가 외부 요인에 의해 지연(Pending) 되었을 때는 다른 일에 참여하거나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모든 직원들이 서로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쉬운 일만 찾거나 쉬운 일을 오랫동안 쥐고 라라벨(Life and Life Balance)을 좇는 직원의 동료 평가는 비전문가로 인식하거나 문제 해결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더이상 파트너로서 협업 요청을 하지 않게 됩니다. 어느 누구도 그러한 동료를 위해 자신이 소비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다른 직원의 희생을 통해 누군가 조직 내 혜택만 누리고 성과에 기여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애자일 조직의 정체를 비롯하여 혜택만 누리는 직원 역시 다른 직원들과 비교하여 역량이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다른 직원들이 전력 질주를 하고 있을 때 본인에게 시간이 주어졌다면 빠르게 러닝 커브를 높이고 다른 동료들을 지원하고 팔로우업(Follow up) 해야 합니다. 애자일 조직과 업무에 대해 열린 자세가 중요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야 합니다.


| Outro


성공적인 애자일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관심, 지원, 그리고 사람이 필요합니다. 비씨카드에서 레거시(Legacy) 조직과 다른 새로운 문화를 가진 애자일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CEO를 포함한 조직 임원의 관심과 C레벨의 우산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인사와 교육 지원이 없었다면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도 없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사가 만사인 것처럼 애자일 방법론을 이해하는 소프트웨어공학 전문가가 팀장 혹은 기술 리더로 주축이 되어 시쳇말로 찐개발자인 진짜 개발자들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진짜 개발자와 Expert Beginner(전문적인 초보자)를 분류하는 것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소프트웨어 집단의 부패를 유발하는 Expert Beginner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성장도 거부하는, 내부 소문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전문가를 뜻합니다. 그들에게는 좋은 환경과 제도를 제공하여도 혜택만 얻고자 할 것이고 빠르게 변하는 애자일 조직에서 타 직원들과 동일 수준의 성과를 얻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진짜 개발자들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스스로 성장과 능력이 사용된 결과(성과)에 관심이 많습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하여 적당한 교육 기회와 좋은 장비를 제공하며, 환경을 만들어주면 몰입하여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둘째, 진짜 개발자들은 남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이를 '공유'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지식을 정리하여 동료들에게 알려주고 도움 주는 것을 하나의 유희로 여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서화된 지식들은 조직 내 집단지성을 이루는 근간이 됩니다.

셋째, 진짜 개발자들은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앞서 말한 두 가지를 행동한 사람들은 당연히 피드백을 바랍니다. 그러므로 팀장과 기술 리더는 성과와 공유에 대해 공개적인 칭찬과 긍정의 피드백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기본적인 역량 수준이더라도 본인의 업에 대한 태도, 성장에 대한 갈증과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직원이 애자일 조직에 적합한 인재입니다. 상대적으로 능력이 낫더라도 변화를 거부하거나 공유를 하지 않는 직원은 과감하게 페이드 아웃(Fade-out) 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조직 내에서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 Expert Beginner는 애자일 조직의 컨센서스(Consensus)에 노이즈와 혼란을 제공합니다. 

지난 1년간 생각보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타 사에서 운영 중인 방법들을 따라했다가 없어진 그라운드 룰도 있었고, 처음 도입한 방법에서 조금씩 바뀌며 자리잡은 것들도 있습니다. 인력과 자원에 대한 이슈도 있었습니다. 애자일을 대표하는 사상이 MVP인 것처럼 무조건적인 방법론에 치중하기 보다는 도입한 방법들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유연하게 바뀔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애자일 조직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벤치마킹하여 회사 문화와 조직 문화에 스며들 수 있도록 조금씩 개선하며 그 과정에서도 실패와 성공이 조직 내에 공유된다면, 여러분이 속한 팀, 크루, 그 어떤 조직도 분명 Agile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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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BC카드 pay-Z TF에서 풀스택 개발자이자 Tech 리더로서, 차세대 프로젝트 아키텍트 및 IT신기술 기획, 검토 등 다양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사내특허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발자의 길을 걸어오며 삶의 다양한 문제를 기술적으로 분석해보는 즐거움 덕에 사내외에서 인공지능 및 데이터분석 관련 강의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