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산업의 진화 방향
2022.12.09

| 데이터 산업의 진화 방향


데이터는 홀로 있을 때에는 제한적인 가치만 갖는다. 하지만 다른 데이터와 결합될 때 인사이트를 주면서 비즈니스를 바꾸어 놓고 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기업들은 우리 개인에 관한 데이터를 모으는 데 일찍부터 눈을 떠 왔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클라우드를 운영하면서 데이터 호수(Data Lake) 역할을 자처하고 기업들이 자기 생태계 안에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모습을 소위 플랫폼 모델이라고 부른다. 

확실히 데이터는 한 곳에 모으면 모을수록 이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일찍부터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를 키운 몇몇 소수의 기업에 자원이 집중되어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차지한 이 기업들에게 인터넷 발전으로 인한 혜택이  편중되기 쉽다. 반면, 개인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받은 소비자들은 자기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르고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 산업 자체에 대한 불신감이 자라나는 것이다.

이런 반작용 때문에 결국 데이터 산업의 진화 방향은 탈집중화, 개인의 통제권 강화 쪽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EC의 유럽 데이터 전략(European Data Strategy)와 개인정보법령(GDPR) 등은 데이터가 돌게 하면서 개인들의 권리를 존중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미국의 FTC도 최근 새로운 규칙 제정을 시도하면서 상업적 감시(commercial surveillance)와 데이터 프라이버시(data privacy)를 지키려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구글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들도 데이터 전송 프로젝트(data transfer project)로 자신들의 데이터가 서로 간에 공유될 수 있도록 하며 어떤 측면에서 한 생태계에 묶여 있는 데이터를 탈집중화하려는 움직임에 화답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가 시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탈집중화, 개인의 통제권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마이데이터 모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이데이터 모델은 어떤 형식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통제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림 - "데이터 산업 모델: 플랫폼 모델 vs. 마이데이터 모델"(출처: ‹MyData - an Introduction to Human-centric Use of Personal Data›, Antti Poikola 등(2020)>

MIT 공대 교수인 Tim Berners-Lee의 시도가 그런 것이다. 그의 노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9년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창시하고 인터넷의 기원에 대해 들을 때마다 등장했던 인터넷의 아버지 중의 한 명인 그는,  데이터 산업, 나아가서는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술이 개인에게 더 권한을 주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처음 그가 목표했던 web 세상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Inrupt라는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Pods라고 불리는 개인 데이터 저장소(Personal Data Store)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다. 개인들의 인터넷 방문, 신용카드 사용, 업무, 음악 듣기 등에 사용된 개인의 데이터를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개인이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시도하는 마이데이터보다 조금 더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사업적 능력을 발휘해서 아이디어를 구현하여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빅테크들이 더 개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할 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기술은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 사회기술시스템(Socio-Technical System) 이론은, 기술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이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룰 때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ICT 분야 많은 부문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개인들이 얼마나 빨리 이 사실을 깨닫고, 사업자들이 여기에 반응하느냐에 따라 데이터 산업 진화의 속도는 달라질 것이다. 속도는 다를 수 있지만 진화 방향은 개인인 이용자가 중요해지는 쪽으로 가는 것만큼은 틀림 없을 것으로 보인다. "끝"




참고 자료

  • Data Transfer Project, https://datatransferproject.dev/
  • FTC(2022/8/11) FTC Explores Rules Cracking Down on Commercial Surveillance and Lax Data Security Practices
  • Massimo Russo and Tian Feng (2021) Where is Data Sharing Headed?, Boston Consulting Group.
  • Poikola, A., Kuikkaniemi, K., Kuittinen, O., Honko, H., Knuutila,A. & Lähteenoja, V. (2020). MyData-an Introduction to Human-centric Use of Personal Data. Ministry of Transport and Communications, Finland.
  • Steve Lohr (2021) He Created the Web. Now He’s Out to Remake the Digital World, The New York Times, 202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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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관
법무법인 율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치며 방송 및 통신 정책과 관련된 전문 실무 경험을 축적하고, 미래전파공학연구소에서 ICT정책연구실장을 역임했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영국 City University, Westminster University 에서 각각 커뮤니케이션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에서 마이데이터 분야와 관련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호서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