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는 금융 - 유사성에서 기회를 얻는 협업 필터링
by 김경민(올리브영 신사업TF)
들어가며
사람은 끼리끼리 논한다고 합니다. 앞선 글에서는 사용자의 과거 행동과 금융상품의 속성을 분석해 개인화 추천을 제공하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의 원리와 적용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방식은 추천 대상의 특징과 사용자의 명시적 또는 암시적 선호를 정밀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추천의 다양성 부족이나 사용자 편향과 같은 한계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보다 풍부한 추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널리 활용되는 방법이 바로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이하 CF)입니다. 협업 필터링은 “비슷한 사용자는 비슷한 것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직관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LP레코드나 빈티지 오디오에도 관심을 보입니다. 이처럼 협업 필터링은 상품 자체보다는 사용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추천을 생성합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에서 먼저 도입된 협업 필터링은 최근 핀테크 산업에서도 카드 추천, 대출 제안, 혜택 안내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며 고객 경험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협업 필터링의 기본 개념부터 금융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 어떤 모델들이 사용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협업 필터링의 작동 원리
User-based CF vs Item-based CF
협업 필터링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아이템 간 상호작용 행렬을 바탕으로 유사도나 패턴을 분석해 개인화된 추천을 생성합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신용카드 사용 내역, 대출 신청 및 상환 기록, 결제 가맹점 선호도 등 방대한 사용자 활동 데이터가 이러한 상호작용의 기반이 됩니다. 협업 필터링은 크게 사용자 기반(User-based)과 아이템 기반(Item-based) 방식으로 나뉩니다.
사용자 기반 협업 필터링 (User-based CF)
사용자 기반 협업 필터링은 사용자 간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추천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특정 집단의 고객이 비슷한 소비 습관을 보이는 경우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사용자 간의 행동 패턴이 뚜렷하고, 충분한 수의 유사 사용자 군집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정교한 개인화 추천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A씨가 온라인 쇼핑에서 카드를 자주 사용한다면, 유사한 소비 패턴을 보인 다른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카드를 A씨에게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실제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취향을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사용자-상품 간 상호작용 로그(예: 카드 사용 내역, 대출 신청 이력)와 사용자 프로필 정보(예: 연령, 성별, 지역, 직업 등)를 활용해 유사 사용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선택한 상품을 추천합니다. 장점으로는 개인의 취향을 직접 반영할 수 있어 추천의 몰입감과 만족도가 높고, 구현이 비교적 직관적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반면 데이터가 희소하거나 신규 사용자가 많은 경우에는 '콜드 스타트(cold-start)' 문제로 추천이 어려우며, 유사한 사용자가 적을 경우 추천 품질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신용카드 추천, 대출 매칭, 혜택 큐레이션 등에서 널리 활용되며, 고객 만족도 제고와 마케팅 효율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효과적인 추천을 위해서는 충분한 사용자 수와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아이템 기반 협업 필터링 (Item-based CF)
아이템 기반 협업 필터링은 사용자보다 상품(아이템) 간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춘 방식입니다. “내가 좋아한 상품과 유사한 상품은 나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며, 사용자가 선호했던 아이템들과 유사한 아이템을 찾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A카드를 자주 이용했다면, A카드를 다른 사용자들과 함께 자주 사용한 B카드나 C카드를 추천하는 식입니다. 이처럼 아이템 간의 공동 소비 패턴(co-usage pattern)이 추천의 핵심입니다. 이 방식은 상품군이 고정되어 있거나, 사용자가 많고 사용 내역이 풍부한 환경에서 효과적입니다. 카드나 대출 상품처럼 종류가 제한적인 금융상품군에서는 특히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추천이 가능합니다. 필요한 데이터로는 사용자-아이템 상호작용 행렬, 아이템 간 사용 이력, 그리고 상품의 메타 정보(예: 혜택, 금리 등)가 포함됩니다. 아이템 간 유사도를 사전 계산할 수 있어 추천 속도가 빠르고, 대규모 서비스에도 확장성이 뛰어난 점이 장점입니다. 또한 상품의 속성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도 추천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용자 행동이 적은 경우 추천의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사용자의 취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한 카드사는 고객들의 카드 이용 패턴을 분석하여 A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동시에 많이 사용하는 B카드를 파악하고, A카드 보유자에게 B카드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교차판매 효과를 도모한 사례가 있습니다.
금융 서비스에 적용되는 CF 모델들
실제 금융 서비스에서는 앞서 소개한 사용자 기반/아이템 기반 협업 필터링 외에도, 더 정교하고 성능이 높은 모델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잠재 요인 모델 (Latent Factor Model)
사용자와 아이템 간의 관계를 저차원 잠재 공간에 매핑하는 방식으로, 대표적으로 행렬 분해(Matrix Factorization) 기법이 사용됩니다. 이 방식은 대규모 사용자-상품 데이터를 압축적으로 표현하여, 효율적이고 정밀한 추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신용카드 사용 로그나 대출 상환 이력을 기반으로 추천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딥러닝 기반 협업 필터링 (Neural Collaborative Filtering)
Neural CF는 사용자-아이템 임베딩을 딥러닝 모델로 학습해 비선형적인 상호작용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한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오토인코더 기반 CF, 그래프 신경망(GNN) 기반 CF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더욱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드사에서는 사용자와 가맹점의 속성을 함께 입력해 맞춤형 가맹점 추천을 구현한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 적용 사례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협업 필터링 기반의 개인화 카드 추천 및 가맹점 추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사 고객군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해당 고객이 아직 보유하지 않은 금융상품을 추천하거나, 특정 가맹점과 유사한 사용 행태를 기반으로 해당 가맹점 이용을 유도하는 형태입니다. 일부 카드사는 수천만 건의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딥러닝 기반 가맹점 추천 모델을 도입하여 기존보다 높은 정확도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대출 플랫폼에서도 협업 필터링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연령, 소득, 신용등급 등 유사한 조건을 가진 타 사용자들이 선택한 대출 상품을 분석하여, 개인화된 대출 제안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방식은 기존의 전통적인 신용평가 기법을 보완하고, 보다 세밀한 금융 접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협업 필터링의 비즈니스 효과와 전망
협업 필터링은 단순한 상품 추천을 넘어서, 금융 서비스 전반에서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고객당 상품 보유 수 증가, 마케팅 효율화, 고객 생애 가치(Lifetime Value, LTV) 제고에 기여하고 있으며, 추천의 실시간성과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고객 충성도와 이탈률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최근에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과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사용자 취향과 집단 행동을 동시에 반영한 정교한 추천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 그래프 기반 추천, 윤리적이고 공정한 추천 알고리즘 개발 등을 통해 협업 필터링은 더욱 진화하며, 금융 서비스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