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오케스트레이션, 글로벌 인프라 변화에 대하여
2025.03.28
결제 오케스트레이션, 글로벌 인프라 변화에 대하여
by 길진세(BC카드 AI Biz Lead PM)


들어가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결제 오케스트레이션(Payment Orchestration)’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 궁금하다. IT와 금융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필자에게도 이는 생소한 단어였다. 

오케스트레이션은 보통 IT에서 복잡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조율하는 것을 의미한다. IT에서는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 많을 것 같지만 그간 국내 결제 상황에서는 조율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미리 정해진 경로 위에서 오류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설계를 복잡하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결제 오케스트레이션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결제 오케스트레이션의 정의

결제 오케스트레이션은 다중 결제 채널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하는 기술이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다양한 악기를 조화롭게 연주하듯 전 세계의 수많은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PSP, Payment Service Provider)를 단일 시스템에서 관리한다. 국내 결제사업자에게 이 개념이 생소한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하는 결제사업자 수가 적고, 동일한 규제 아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 프로세스 상의 PG(Payment Gateway)들이 이 역할을 대행해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림 – 전통적인 결제 vs 결제 오케스트레이션 도식화. 출처:Flagship market observations
 

결제 오케스트레이션 사례

결제, 특히 온라인 결제 시장은 역사가 깊고 기존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스타트업이 주목받기 매우 어렵다. 이 가운데 2022년 설립 후 3년만에 시리즈A로 2,500만 달러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있다. 미국의 유노(Yuno)가 그 주인공이다. 유노는 글로벌 결제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승인율을 최적화하는 종단간 결제 오케스트레이션 솔루션(End to End payment orchestration)을 제공한다. 300개 이상의 글로벌 결제 솔루션을 지원하고 지역 맞춤형 결제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1.  

동남아의 그랩(Grab)과 같은 배달 슈퍼 앱으로 라틴아메리카에는 라피(Rappi)가 있다. 9개국 400개 도시에서 3,5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대형 사업자이다. 이들은 다양한 국가의 고객들의 결제를 처리해야 했는데 처리방법에 어려움이 있었다. 많은 고객은 은행계좌가 없거나 카드가 없었고 지역별로 결제방식이 달랐다. 그래서 라피는 나라별로 결제 방식이 생길 때마다 새로 추가해 나갔는데 결제 처리 업체가 20개를 넘어가자 시스템에 다양한 오류가 생겼다.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가 수동으로 대응해야 했고 평균 5~10분이 소요되었다. 유노의 솔루션을 도입한 이후 라피는 고객 결제 화면을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지역별로 결제 선호도에 따라 사용자에게 표시되는 결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고 결제 오류에 대해 밀리 초 단위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노의 결제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을 통해 라피는 결제이슈 해결에 걸리는 시간을 80%이상 단축할 수 있었다2.  


국내 결제 오케스트레이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계 각국에서 결제가 일어나는 글로벌 서비스의 경우 활발하게 결제 오케스트레이션을 도입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ISO 20022 국제 금융 메시지 표준이 국내에 도입된다.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금융기관과 지급결제관련 IT업체, 감독기관 등에서 이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통신 메시지를 국제표준으로 체계화한 시스템이다. 서로 다른 표준과 정보 포맷을 사용할 때 오는 비효율을 개선하여 효율화를 이루자는 취지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ISO20022를 채택해 은행간 단일 결제 시스템 SEPA(single Euro payments Area)를 구축하고 있다. 결제 오케스트레이션을 도입하면 ISO 20022과 반부패방지(AML), 고객확인제도(KYC)를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결제 오케스트레이션이 이미 핵심 인프라로 자리를 잡았다. 시장규모 역시 2023년 20억달러에서 2032년 149억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3, 선두기업들은 인공지능 예측 분석까지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024년 도입된 Salesforce의 Commerce Cloud는 결제 오케스트레이션 기반의 신경망 메모리 기술을 사용해서 고객의 결제 실패 가능성을 60분 전에 예측해내고 있다고 한다. 갖춰진 결제 인프라 위에서 AI를 접목하며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커머스 사업자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결제 오케스트레이션의 확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결제산업의 빠른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끝”.

  1 출처 : Yun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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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BC카드의 AI 비즈니스 전략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