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앱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by 길진세(BC카드 AI Biz Lead PM)
들어가며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가장 많이 다운된 금융관련 앱은 뭐야?’ 라고 다양한 AI서비스에 물으면 뭐라고 나올까? 다들 예상하듯 대부분은 토스를 1순위로 답한다. 토스는 창업 후 적자를 감수하고 매년 수백억의 마케팅비를 지출하며 고객확보에 힘썼고 현재 MAU 1,900만명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3,400만명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KB금융그룹의 앱은 토스보다 낮은 MAU를 보인다.
특정 금융사의 앱보다 범용적인 핀테크 앱의 사용자가 더 많은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금융사와 핀테크사는 고객의 시간을 점유한다는 측면에서 경쟁관계인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글에서는 금융사 앱이 핀테크 앱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핀테크 앱의 비교 우위에 대하여
사실 앱 비즈니스 측면에서 핀테크는 금융사보다 유리한 출발점을 가진다. 특정 금융상품에 종속되지 않고 고객과 접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점이 오히려 약점이 아니냐고 한다. 금융사의 앱은 기존 오프라인 고객을 그대로 온라인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기에 더 유리하다는 논리이다. 수천만명의 고객을 지닌 대형 금융 그룹이 어떤 앱을 출시하면 초기에 몇 백만 가입자는 금세 확보하는 것을 보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출시초기 효과는 단시간에 사라지고 MAU, DAU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금융사에 종속되어서 모든 금융생활을 하나의 사업자로 하는 고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결정타를 날린 것은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였다. 오픈뱅킹은 기존에 최대 500원까지 들던 이체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또한 마이데이터 제도가 시작되면서 타 금융사의 고객정보를 핀테크 앱에서 가져와 보여주는 것이 합법화되었다. 핀테크 앱은 원래 확보하고 있던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며 타 금융사의 앱을 켤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다. 마이데이터 제도가 시작된 2022년 1월, 많은 금융사가 서로 종합금융 플랫폼을 표방하며 나섰지만 핀테크 앱을 이기지 못했다. 핀테크 앱은 초기부터 출혈 마케팅을 지속하여 많은 고객을 가지고 있었기에 손쉽게 종합금융 플랫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금융사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앱을 고도화하고 최신 기술을 흡수하며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자사의 금융상품만을 다루는 점은 큰 한계였다. 브랜드 전문점과 종합몰의 차이와 같다.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가진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가 아니라면 특정 브랜드만으로 고객을 붙잡고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핀테크 스타트업은 작고 가벼워서 빠르게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반해 금융사는 무겁고 진중할 수밖에 없다. 내부의 여러 유관부서, 외부의 규제기관과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금융사 앱은 핀테크 앱에게 시장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금융사 앱의 경쟁력 확보 방안
금융사의 앱은 앞으로 핀테크 앱을 이길 수 없을까? 지금까지는 핀테크 앱이 우위를 보였지만 몇 가지 이유로 금융사 앱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핀테크 앱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핀테크 앱을 사용하면 금융사 앱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에 있다. 금융사에서도 이 문제를 파악하고 다양한 방식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사 앱에서만 가능한 기능’의 확대이다. 하나은행 앱은 자행의 신용대출을 실행한 고객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을지 보여주는 기능을 앱 내에 구현했다. 급여이체 여부, 카드사용액 등 정해진 조건을 달성했는지 여부를 앱 내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대출을 실행한 고객입장에선 반드시 봐야 하는 기능인데 타 앱에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그림 1 – 하나은행 우대금리 실적현황 조회 화면]
KB카드의 KB Pay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KB Pay는 KB카드의 간편결제 앱이다. 삼성전자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삼성페이를 KB Pay 내부에 내장하는 등 KB카드는 오랫동안 자사의 간편결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큰 반향을 얻지 못하자 KB카드는 새로운 전략을 시도했다. ‘톡톡마이포인트’ 라는 신규 신용카드를 출시하며 KB Pay를 통한 결제는 5%를 제공한 것이다. 삼성페이를 연계한 KB Pay는 범용성이 확대되며 다양한 거래처에서 사용되었다. 핀테크 앱에서는 하기 어려운 자사만의 전략을 사용한 예시이다.
마치며
금융사와 핀테크 간의 경쟁은 앱에서 끝나지 않고 점차 각자의 영역을 침투하고 있다. 토스가 앱의 성공을 바탕으로 은행과 증권을 설립하여 기존 금융사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 좋은 예이다. 금융사 또한 빠르게 앱 기획 및 개발능력을 강화하여 핀테크를 뒤쫓고 있다. 경쟁을 통해 모두가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고객의 선택권이 넓어지며 금융생활 저변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