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으로 핀테크를 혁신한 사례
by 길진세(BC카드 AI Biz Lead PM)
들어가며
국내에 핀테크라는 단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방영 직후였다. K 드라마에 매혹된 많은 외국인들이 관련 상품을 사기 위해 한국 온라인 쇼핑몰을 찾았으나 결제가 되지 않자 당시 대통령이 문제를 개선하라고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카드사가 아닌 PG사도 카드번호를 보유할 수 있게 되었고 간편결제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핀테크의 시작을 알렸다.
이로부터 10년이 흐르며 이제 핀테크는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송금할 때 더 이상 복잡한 인증이 필요하지 않고 물건을 살 때도 간편하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핀테크도 10년이 넘어가면서 그 속도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눈에 띄게 새로운 것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에도 발상의 전환으로 핀테크 혁신을 지속하는 사례가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 오늘은 이런 사례를 살펴보며,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1 - 자동차 보험을 혁신한 캐롯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은 SKT와 한화, 현대차의 합작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이다. 설립초기만 해도 강력한 규제로 묶여 있는 보험업계에서 어떤 혁신이 있을지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캐롯손해보험은 IT를 잘 활용한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출시, 시장 내에 파란을 일으켰다.
캐롯 이전의 자동차 보험은 일시불로 일정 금액을 내고 자동차 보험을 가입한 뒤 보험계약이 끝나고 나서 운행거리가 적다면 보험료의 일부를 돌려받았다. 그 과정이 꽤 귀찮고 번거로워서 놓치는 고객도 많았다. 원래 취지는 운행거리가 적다면 보험료도 적게 내자는 것이었으나 복잡한 절차로 인해 고객이 체감하기 어려웠다.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Per Mile) 자동차보험’은 고객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 SK텔레콤의 M2M (Machine to Machine) LTE 모듈을 탑재한 ‘캐롯 플러그(Plug)’라는 단말을 고객에게 배송한다. 고객은 이 단말을 차량의 시가 잭에 연결한 뒤 운전하는데, 차량의 모든 운행기록이 캐롯 서버로 전송된다. 캐롯손해보험에서는 이를 근거로 매월 말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후불 청구한다. IoT 기기를 활용하여 합리적인 보험료를 산정한 것이다. 또한 차량 도난시 위치추적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캐롯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을 출시한 것은 2020년이다. 이후 꾸준히 시장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정체되어 있던 보험시장을 기술로 혁신한 좋은 사례이다.
<그림1. 캐롯플러그 출처:캐롯손해보험 홈페이지>
사례2 - 트래블월렛을 역발상한 와우패스
‘트래블월렛’은 2019년 5월에 출시된 해외여행 전용 선불카드이다. 모바일을 통해 현지 화폐를 저렴하게 환전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점, 현지 ATM에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트래블월렛은 2024년 초 기준 53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국내 은행, 카드사는 유사상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이른바 ‘트래블카드’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서비스의 완성도, 환율의 저렴함과 관련하여 점점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
이런 시장변화를 보며 역발상을 한 핀테크 서비스가 있다. 바로 2022년 7월 출시된 ‘와우패스(WOWPASS)’다. 와우패스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설계된 올인원(All-in-one) 선불카드이다. 카드 한장으로 환전, 결제, 교통카드를 통합하여 외국인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와우패스의 충전, 결제방식은 트래블월렛과 동일하다.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서 사용하느냐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와서 사용하느냐의 차이만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트래블월렛 방식에 집중할 때 국내를 여행하는 외국인에게 주목한 것이 성공요인이다.
와우패스는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앱 가입자수는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MAU는 34만명에 달한다. 특히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림2. 트래블월렛을 재해석한 와우패스 출처:와우패스 홈페이지>
사례3 - 선불상품권을 새롭게 해석한 굿딜
2025년 2월, 카카오페이는 조용히 ‘굿딜’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페이의 ‘결제’ 탭에 위치한 이 서비스는 모바일 상품권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여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에도 모바일 상품권은 있었지만 최소 1만원~수십만원의 금액권이었다. 선불 상품권과 같기 때문에 액면금액 대비 높은 할인율을 자랑했지만 상품권을 잃어버리거나 유효기간이 지나면 낙전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선물받은 모바일 상품권을 사용하며 동일한 경험을 한두번씩은 다 겪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굿딜은 사용금액만큼 선불상품권으로 즉시 발행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1,500원)를 구매한다고 하자. 모바일 선불상품권을 구매해 이용한다면 5% 할인하는 1만원 상품권을 9,500원에 구입한 후 1,500원씩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굿딜에서는 1,500원에서 5% 할인된 1,425원을 지불하고 아메리카노 모바일 상품권을 받아 즉시 이용하는 방식이다.
일정금액 단위로 유통되던 모바일 상품권을 사용금액 단위로 분할하여 구매/사용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한 것으로, 기존 생각을 바꾸는 혁신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굿딜 서비스는 생활비를 아끼려는 고객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마치며
최근의 주목할 만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핀테크가 생활속에 자리잡으며 혁신적인 아이템은 많이 줄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에 도전하는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고객관점에서 기존의 문제점을 재해석하고 역발상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지켜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