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는 왜 모바일 앱 사용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을까
by 길진세(BC카드 AI Biz Lead PM)
들어가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AI 기술은 chatGPT가 등장한 이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첫 변화는 데이터로 구성된 영역이었다. 번역, 이미지생성, 동영상 생성 등 디지털 데이터가 활용되는 분야에서 AI는 인간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Physical AI 라는 이름으로 로봇과 결합하며 오프라인에서의 변화도 진행중이다.
이렇게 AI가 큰 변화를 이끌어가는 가운데 2025년 1월 15일, 가트너에서는 AI 때문에 모바일 앱의 사용율이 2027년까지 25%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AI로 인해 모바일 앱의 활용도가 커지고 개발도 쉬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는 상황에서 가트너는 왜 이런 전망을 내놓은 것일까?
디바이스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
필자가 처음으로 접한 컴퓨터는 1989년에 사용했던 애플IIe였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당시 컴퓨터는 AI만큼이나 생소한 기기였다. 검정 화면에 커서가 깜박거리고 있었고 사람이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텍스트로 된 답을 출력했다. 그 시절 컴퓨터는 Disk Operating System, DOS 라는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고 사용자는 DOS 명령어를 외워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초보자에게는 처음부터 엄청난 장벽이 있었던 셈이다. 시간이 흘러 윈도 3.1이 나오고 나서야 GUI (Graphic User Interface) 개념이 알려졌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마우스를 사용해서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었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모바일 디바이스도 급격히 발전했다. 모바일에서도 윈도우의 방식이 유사하게 사용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의 아이콘을 터치해서 사용했다. 이때부터 서서히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는 앱으로 대체되었다. 디바이스는 운영체제가 통제하고 이 운영체제 위에서 앱이 동작한다. 과거에는 DOS가, 현재는 iOS, 안드로이드가 디바이스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가트너의 모바일 앱 사용량 감소에 대한 통찰
가트너는 향후 꾸준히 모바일앱의 사용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Apple Intelligence, ChatGPT, Google Gemini 등의 AI를 사용하면서 전혀 다른 사용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앱을 설치하고 앱을 직접 구동해 사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AI가 앱 사용을 통제하고 더 나아가 앱 기능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이 전망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ChatGPT가 2022년 출시되기 약 11년전, 애플에서는 인공지능 비서 SIRI를 출시했다. 시리는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고 전화를 걸거나 메모를 하는 등 준수한 성능을 보여주었고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세지를 보낼 수 있었다. iOS에서 제공하는 앱 일부를 시리(Siri)가 컨트롤 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인공지능 성능이 그리 높았던 것은 아니어서 오류도 많았다. 또 자사 앱 외에 타 앱의 컨트롤이 어려웠기 때문에 활용성이 많이 제한되었다.
그러나 LLM(Large Language Model)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강력해지면서 엄청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LLM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추론을 해 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전후의 맥락을 감지하고 이에 맞는 답을 내 준다.
이렇게 성능이 좋아지면서 AI 활용도는 매우 높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분야는 검색이다. 오늘날 인터넷에서는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지만 검색활동의 비중은 가장 크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을 찾는데 여전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퍼플렉시티(Perplexity), 젠스파크(Genspark) 등은 검색에 특화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줘 큰 주목을 받았다. 퍼플렉시티는 자신이 찾은 내용의 출처를 표기해 주면서 환각효과(Hallucination)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젠스파크는 검색한 내용을 기반으로 마인드맵을 그려주며 검색효과를 극대화했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통해 검색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는 한국에서 네이버가 했던 전략을 복기해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서비스 초기 검색을 주력으로 출발했지만 메일, 카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사람들은 검색과 메일을 하나의 사이트에서 사용하면서 이게 편리하다는 사실을 서서히 이해했다. 지금은 당연한 포털(Portal)의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한다’는 말과 ‘네이버 한다’는 말을 동일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이는 지금처럼 네이버의 위상을 공고하게 해 주었다.
현재 AI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글이나 네이버보다 월등히 뛰어난 검색 결과를 퍼플렉시티가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점점 퍼플렉시티를 첫 화면으로 보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해 간다면 또다른 포털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앱에서 사용하던 여러가지 기능들을 AI 서비스가 흡수한다면 하나의 AI에서 여러가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처리할 수 있다. 알람을 설정하기 위해 그동안은 알람 앱을 켜고 원하는 시간을 터치해서 설정해야 했지만 AI 가 음성을 듣고 스스로 설정하고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가트너가 지적한 부분은 바로 이런 사용자 행태의 변화이다.
마치며
다양한 종류의 AI가 시장에 출시되고 있지만 초대형 빅테크가 운영하는 AI 몇 종류가 고객에게 선택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객에게 선택 받은 AI는 고객이 사용하는 다른 여러 앱의 앞단에서 모든 앱을 관리하며 흡수할 가능성 또한 높다. 이는 AI가 기존의 서비스와 다르게, 고객의 개인 집사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내에서 AI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 기업들은 앞으로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강력한 서비스로 독자적으로 생존하고 있더라도 고객 채널의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해 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