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코인 흥행의 숨은 주역, 결제 혁신
by 김용영((주)엠블록 CSO)
밈 코인 흥행의 숨은 주역, 결제 혁신
사용자를 늘리는 것이 영원한 숙제와도 같은 암호화폐 산업에서 새로운 유행으로 부상한 밈 코인이 결제 혁신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 대체불가토큰(NFT)처럼 높은 수익과 쓰임새에 무게를 두던 기술 트렌드 대신 자발적인 참여, 공동체 동참과 같은 추세가 업계에 부상하면서 간편하고 빠른 결제의 장점이 시너지를 내는 양상이다. 이는 지난 1월 발행된 트럼프 밈 코인의 엄청난 인기로 증명됐다. 하지만 속도에 치우친 나머지 신중함을 잃어버릴 수 있는 부작용도 함께 관찰돼 주의를 요한다.
암호화폐 업계의 신조류, 밈 코인
밈 코인은 인터넷 밈이나 유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암호화폐를 말한다. 2013년 만들어진 도지코인이 대표적으로 인터넷과 커뮤니티에 널리 퍼진 일본 시바이누 견종의 사진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비트코인에 대한 패러디로 활용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져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유발시켰으며 결정적으로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암호화폐 업계에 자리를 굳혔다.
이처럼 커뮤니티 내에서의 재미나 공유 용도로만 사용되던 밈 코인이 암호화폐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계기는 지난 2022년 FTX 파산 사태다. 상반기 테라의 몰락에 이어 전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자 암호화폐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그리고 FTX 창업자와 긴밀한 관계였던 메인넷인 솔라나도 동반 추락했다.
이 때 솔라나를 부활시킨 일등 공신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봉크라는 밈 코인이다. 다른 밈 코인처럼 개를 마스코트로 삼아 출시됐지만 솔라나 생태계의 부활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졌다. 2022년 12월 크리스마스에 솔라나 사용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무상제공(에어드랍)을 시행해 위축된 솔라나 생태계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는 FTX 파산으로 말라버린 유동성 가뭄에 단비로 작용해 2023년에 솔라나가 결국 부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봉크의 활약은 재미만을 추구하던 밈 코인의 방향성을 틀어놓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후 등장하는 밈 코인들은공동체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목표의 달성에 보다 무게를 싣게 되며 밈을 이용한 재미와 인터넷 문화 향유보다는 참여와 지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된다.
트럼프와 만난 밈 코인, 막대한 파급력
이같은 추세에 획을 그은 것이 바로 트럼프 밈 코인이다. 이미 지난 대선 기간 중 암호화폐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트코인에 대한 우호적 입장과 바이든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지지율을 확보하는 무기로 활용해왔다. 그리고 그는 취임을 사흘 앞둔 지난 1월 17일 오피셜 트럼프라는 밈 코인을 직접 발행해 세간을 놀래켰다.
[그림 1 – 오피셜 트럼프 밈 코인 홈페이지]
[그림 2 – 오피셜 트럼프 밈 코인 홈페이지에 포함된 문샷 결제 정보]
출시 직후 이 코인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발행 하루 만에 시가총액 90억달러, 이틀만에 150억달러를 넘어서며 전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순위 19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뒤이어 발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의 밈 코인도 동반 급등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같은 급등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피셜 트럼프 밈 코인은 솔라나의 밈 코인 발행 플랫폼인 문샷을 통해 발행됐으며 암호화폐 결제 인프라 기업인 문페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발행 초기 대다수 구매는 문샷과 오피셜 트럼프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됐으며 기존 암호화폐 투자자라기보다 열성 트럼프 지지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신규 유입하는 형태로 매수에 나섰다.
만약 오피셜 트럼프 밈 코인이 다른 암호화폐들처럼 발행과 함께 거래소 상장을 추진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반향을 이끌어내진 못했을 것이다. 코인 발행과 동시에 일반 투자자들이 특별한 제한 없이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확산 효과를 야기시켜 막대한 가격 상승과 시가총액 형성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점점 중요해지는 결제의 속도
오피셜 트럼프 밈 코인의 흥행에는 특히 문페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문페이는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간의 원활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결제 인프라를 제공해 사용자들이 복잡한 절차나 거래소 이용과 같은 사전 지식 없이도 암호화폐를 손쉽게 구매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는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에서 USDC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해 즉석에서 트럼프 밈 코인을 살 수 있도록 해 밈 코인 구매의 저변을 넓혔다.
오피셜 트럼프 밈 코인 홈페이지에서는 애플페이, 비자와 마스터카드, 벤모(페이팔), 그리고 솔라나와 USDC를 통해 코인을 구매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구매 희망자는 코인베이스나 바이낸스와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 계정이 없이도, 우리나라처럼 실명계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로 현금을 옮기는 절차 없이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문샷 앱 내에서 코인을 소액으로 즉시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빠른 결제는 암호화폐에 대한 경험을 투자에서 구매로 바꿔놓음으로써 사용자들의 인식 제고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잠재력이 있다. 특히 이는 스테이블 코인과 연계된 블록체인 기반 결제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와는 또다른 형태로 결제 서비스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분산 장부와 스마트 컨트랙트는 실시간 정산을 가능케 함으로써 결제 프로세스의 완결 시간을 줄임으로써 결제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속도가 높아지면 한 건의 결제를 대량으로 수행할 필요가 없어져 빈도수도 상승시킨다. 잦고 빠른 결제, 그리고 이와 맞물려 제공되는 편의성은 암호화폐나 다른 서비스에서도 사용자들의 소비 행태를 바꿔놓을 수 있다. 오피셜 트럼프 코인의 흥행이 이를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에 따른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피셜 트럼프 코인은 초기 일반 투자자들의 대거 진입으로 급등했다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기성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까지 폭이 확대되면서 현재는 최고 시가총액의 약 5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빠른 속도만큼이나 빠른 철수가 가능한만큼 과속이 되지 않도록 하는 운용상의 묘도 서비스의 성공에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