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위한 금융, 핀테크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2025.02.28

미성년자를 위한 금융, 핀테크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by 길진세(BC카드 AI Biz Lead PM)


들어가며


연합뉴스의 지난해 7월 보도에 따르면 국내 성인은 평균 4.4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은행은 2021년 발표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계좌보유 비율은 99%라고 밝혔다. 한국은 선진국으로서 금융기관 접근성이 높고, 금융실명제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 금융이용에 불편함이 없는 것이 숫자로 증명되었다 하겠다.

그러나 미성년자는 상황이 다르다. 기준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만 14세가 되지 않으면 법정대리인 없이 은행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 카드개설, 보험가입 등 금융생활 전반에 있어서 미성년자는 기존 금융권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미성년자 대상 금융상품의 취급액이 크지 않아 수익성이 낮았고 시장의 수요 또한 크지 않았다. 

국내에도 기술이 발달하며 핀테크가 활성화되자 미성년자를 위한 다양한 핀테크 금융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외의 관련된 서비스를 알아보고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선불충전계정을 활용하는 국내 미성년 핀테크

국내에서 미성년자 핀테크 서비스를 최초로 제공한 건 카카오뱅크 ‘미니(mini)’다. 2020년 10월 시작한 카카오뱅크 미니는 계좌가 아닌 선불충전 계좌를 제공했고 이와 연동된 선불형 체크카드를 제공했다. 이후 토스에서 ‘토스 유스카드’를 2021년 12월 출시했고 2022년 12월 케이뱅크도 ‘하이틴’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동안 기존 금융권에서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나은행은 ‘아이부자’ 서비스를 출시했고 대구은행 역시 ‘iM-I’라는 청소년 모바일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부분 선불충전계정과 선불충전형 체크카드, 아이와 부모에게 특화된 모바일 앱으로 구성된 점이 같다. 이렇게 다소 비슷한 서비스들이 출시되는 이유는 현행법상 선불충전계정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미성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청소년 전용 뱅킹 서비스인 ‘리브 넥스트(Liiv NEXT)’를 운영하고 있다. 만 14~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별도 앱인 리브 넥스트를 다운받아 실물카드를 신청하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24년 11월 청소년 전용 서비스인 ‘KB스타틴즈’를 출시했다. KB스타틴즈는 ‘KB스타뱅킹’ 앱에서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로 바로 회원에 가입할 수 있다. 청소년 전용 선불지갑인 ‘포켓’을 만들어, 수수료없이 송금하거나 입금할 수 있고 CU 편의점과 제휴하여 ATM 입출금을 지원한다. 

기존 금융권이 다소 유사한 형태로 사업을 추진 중인데 반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먼저 레몬트리의 ‘퍼핀’이 있다. 레몬트리는 전자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용돈관리 및 금융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퍼핀을 출시했다. 퍼핀은 7세 이상 미성년을 위한 용돈카드 퍼핀카드와 금융교육을 결합한 서비스이다. 출시 1년반 만에 용돈카드 14만장, 가입자 수 26만명을 달성했다. ‘아이쿠카’라는 키즈 핀테크 플랫폼도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용돈을 관리하고 경제를 공부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가입자 수가 36만명에 이른다. 

카카오페이는 24년 12월 ‘틴즈넘버’라는 청소년 금융서비스를 출시했다. 틴즈넘버는 만 14세부터 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모바일 인증을 거쳐 틴즈넘버를 발급한 후 현금을 입금하면 카카오페이 선불충전금인 '카카오페이머니'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청소년의 안전한 금융 생활을 위해 입금 가능 한도는 1회 20만원, 한 달 10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용금액은 부모의 소득공제에 합산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렇게 청소년 고객을 모으고 청소년에게 특화된 전용 몰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미성년 핀테크


국내의 미성년 핀테크는 막 활성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하겠다. 그러나 해외는 오래전부터 이 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핀테크로 유명한 곳은 ‘그린라이트(Green Light)’다. 2017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한달에 $4.99의 이용료를 내면 최대 자녀 다섯명까지 모바일 직불 카드를 발급하고 지출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녀가 집안일이나 숙제 등의 미션을 완료하면 자동으로 보상이 지급되게 할 수 있다. 아이가 용돈을 모은다면 부모가 직접 이자율을 정해 준다. 용돈이 아니라 이자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스스로 저축 목표를 설정하고 기부할 수도 있다. 

캐나다 RBC은행의 용돈관리 앱 ‘마이도(Mydoh)’는 게임형식의 금융교육 콘텐츠 Mydoh Play를 제공해서 6~14세 유소년 고객이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학생용, 성인 계정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국 넷웨스트(Natwest) 은행의 용돈관리앱 ‘루스터 머니(Rooster Money)’도 유명하다. 루스터 머니는 자체 금융교육 프로그램 ‘머니센스(MoneySense)’와 앱을 연계하고, 가상은행(Virtual Bank), 교육용 비디오게임(Island saver) 등 다양한 시청각 콘텐츠 제공하고 있다. 

해외 미성년 핀테크도 선불충전계정과 연계된 카드를 사용하여 서비스하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시스템의 장점을 적용해 게임과 같은 몰입을 이끌어내는 설계 기법)을 적절히 사용하는 점, 다양한 형태로 교육 컨텐츠를 제공하는 점, 적극적으로 구독모델을 도입해 수익화를 추구하는 점이 국내와 다른 점이다. 


마치며


미성년자 대상 핀테크는 ‘에듀 핀테크’, ‘키즈 핀테크’ 라는 이름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금융권과 핀테크에서 이 분야를 재조명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급격한 금융발달로 기존 시장은 정체된 반면, 미성년자 고객은 앞으로 잡아야 할 고객이니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대학생 고객을 잡기 위해 많은 카드사가 학생증 카드에 주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녀를 잡으면 부모에게 채널이 생기는 점도 중요하다. 금융상품 판매 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금융교육을 확산하며 사회공헌 이미지도 강화할 수 있으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향후에도 미성년자 핀테크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지켜보도록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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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BC카드의 AI 비즈니스 전략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