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내역 데이터의 국내외 활용현황
by 길진세(BC카드 AI Biz Lead PM)
들어가며
오늘날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릴 만큼 귀중한 자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구매내역 정보, 일명 Basket Data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선호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데이터 유형이다. 이번 글에서는 구매내역 데이터의 거래 현황과 그에 따른 다양한 이슈들을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구매내역 데이터(Basket Data)란?
구매내역 데이터는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의 목록, 구매 시간, 구매 금액 등을 포함하는 상세한 구매 정보를 말한다. 구매정보 데이터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 수립, 상품 추천 시스템 개발, 재고 관리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 개정된 신용정보법에 따라 구매내역정보가 신용정보로 분류되었는데 이로 인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신용정보법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사용자 동의를 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쇼핑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커머스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주장은 구매내역정보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며, 이를 공유하는 것은 영업 비밀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데이터 제공에 따른 기술적, 재정적 부담이 크고 소비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는 논지로 맞섰다. 2024년 9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PG사가 전자상거래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 정보를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전송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법체계상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 범위 내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매내역 정보는 국내에서는 KDX(한국데이터거래소)와 FinDX(금융데이터거래소)와 같은 공식 데이터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금융데이터거래소는 금융 데이터와 더불어 유통,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거래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의 존재는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합법적이고 체계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해외의 Basket Data 운용사례
미국에서는 다양한 대규모 데이터 마켓플레이스(Market Place)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SAP, IBM, 오라클, Snowflake 등 대기업 주도 데이터 마켓이 대표적이다. 이중 Datarade Marketplace는 세계 최대의 외부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로, 2,000개 이상의 데이터 제공 업체와 600개 이상의 카테고리를 취급하고 있다. 소비자 행동 데이터, 위치 데이터, 금융 데이터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다. 데이터의 품질, 가격, 제공 형식 등을 상세히 명시하여 구매자가 적합한 데이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매자는 데이터를 검색하고 요구 사항에 따라 필터링할 수 있으며 샘플을 즉시 비교하고 공급업체와 직접 연결도 가능하다. Google, BCG, Pepsico 등 수천 개의 기업이 이용중이다.
유럽은 어떨까? 유럽연합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GDPR은 데이터 수집 및 처리에 대한 명시적 동의, 데이터 이동권, 삭제권 등을 규정하고 있어, 유럽에서의 Basket Data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GDPR 하에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Basket Data를 활용하고 있다. 먼저 익명화 및 가명화 기술을 적용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한다. 이후 명시적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데이터 처리의 목적과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거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겠다.
중국 역시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국가이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데이터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2021년 상하이에 설립된 상하이 데이터 거래소는 중국 정부의 데이터 산업 육성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거래소는 금융, 교통,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거래하며, Basket Data도 중요한 거래 항목이다. 월간 거래량이 1억위안을 상회하고 있으며 2,000개 이상의 데이터 기업들이 이 거래소를 통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중국은 데이터 거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방도시들과 협력하여 국가 데이터 거래 체인을 구축 중이다.
마치며: 구매내역 데이터 사용은 더 확대될 것
구매내역 데이터는 민감한 정보인 탓에 늘 이슈가 제기된다. 먼저 프라이버시 침해다. 구매 내역은 개인의 생활 패턴, 선호도, 경제 상황 등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므로, 이 정보가 유출될 경우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의 불균형도 문제가 된다. 기업이 소비자의 상세한 구매 정보를 보유함으로써 기업간 발생하는 정보 불균형이 불공정한 거래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구매 데이터가 본래의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제3자에게 무단으로 제공되는 경우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내역 데이터가 가진 잠재력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구매내역 데이터 사용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줄이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정부의 규제와 업계의 자율 규제가 균형을 이루어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보장하려 노력하게 될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더욱 강력한 익명화 기술, 안전한 데이터 공유 플랫폼 등이 개발되어 데이터 활용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또 소비자에게는 데이터 리터러시(Literacy)가 향상되고,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이 강화될 것이다. 앞으로 데이터 거래 시장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