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 한 인공지능의 금융도입 사례, 데이터 스니퍼
2024.12.06

주목할만 한 인공지능의 금융도입 사례, 데이터 스니퍼

by 길진세(BC카드 M-TF)


들어가며


인공지능(이하 ‘AI’)의 급격한 발달은 최근 여러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LLM은 이제 중급자 이상의 프로그램 코딩 능력을 보이면서, 실제 주니어 개발자 수요에 영향을 주고 있다. Adobe社의 영상 및 사진 편집 프로그램은 AI를 통해 영상 관련 종사자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같은 LLM은 오랜 기간 검색엔진 시장을 지배해 온 구글을 흔들고 있다. 

초기 AI가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이해하고 대신하는 수준이었다면 오늘날의 AI는 일정 수준의 업무를 대체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업무의 맥락을 파악하고 이를 유추하여 지시를 수행하는 것이다. ChatGPT가 나타난 초기에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효과)으로 인해 웃지 못할 상황이 많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AI의 추론능력이 크게 향상되어 실생활은 물론 사무직군의 많은 영역을 변화시킬 수준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유독 금융 영역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금융에 AI 도입이 더딘 이유


금융업에 AI 도입이 타 산업보다 더딘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타 산업보다 훨씬 강력한 법과 규제이다. 세계 어느 나라이건 금융업은 법과 규제가 촘촘히 걸려있다. 각국에 동일한 법이 적용된다면 AI의 도입이 조금은 수월하겠으나 나라별로 제도 격차가 있다. AI를 금융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법과 규제를 학습하고 이를 업무에 적용해야 하는 선행과제가 발생한다. 

두번째로 금융사의 전산망 분리 이슈가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업무용 전산망과 공중 전산망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 금융사는 당국 권고 상 빅테크의 AI 서버를 직접 연결해 사용할 수 없다. 결국 금융사가 AI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내부 전산망에 AI 시스템을 직접 개발 및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금융 데이터는 매우 민감한 정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신용정보법 등으로 금융사가 개인의 금융정보를 사용하는 데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AI가 개인 금융 데이터를 학습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관련법에 의거 데이터 유출 가능성에 대해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면 적극적인 도입은 어려울 것이다.

현재 금융사는 제한적으로 AI를 도입, 사용하고 있다. 챗봇 상담원이 가장 흔한 예이다. 고객이 ARS로 전화하면 대다수의 금융회사는 디지털 ARS와 챗봇 상담원을 연결한다.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기존 민원을 학습하고 고객 응대 매뉴얼을 이해하고 있는 AI가 챗봇으로 답변한다. 이외에 금융상품 추천서비스, 기업 분석 리포트 생성 등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17년 암스테르담에서 설립된 핀테크 기업인 ‘데이터 스니퍼(Data Snipper)’는 AI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스니퍼의 접근법


데이터 스니퍼는 기업 감사 및 재무 전문가를 위한 지능형 자동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2024년 2월, Index Ventures가 주도한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통해 기업 가치 10억 달러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데이터 스니퍼는 AI 기술을 활용해 감사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솔루션의 최대 특징은 별도의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피트 오피스의 엑셀 프로그램에 Add-on 부가 기능으로서 내장되어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림 - 데이터 스니퍼는 엑셀의 부가기능으로 작동한다

데이터 스니퍼는 5가지 핵심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데이터 추출 자동화이다. 송장, 은행거래명세서, 재고문서 등 다양한 파일에서 숫자를 자동으로 추적, 추출한다. 추출된 데이터를 거래내역과 자동으로 대조하여 정확성을 검증하는 ‘자동조정’ 기능을 제공한다. 클릭 한 번으로 회계 감사 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감사 추적 기능을 제공한다. ‘Cloud Collaboration Suite’라고 하여 분산된 팀 간의 실시간 협업도 지원한다. 또 AI Suite에서는 자연어 질문을 통해 비정형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자동으로 추출해 준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데이터 스니퍼는 회계 담당자의 반복적인 작업을 최대 90%까지 자동화하고 있다. 데이터 스니퍼는 설립 이후 매년 두 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125개국에서 40만 명 이상의 회계 담당자들이 데이터 스니퍼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 스니퍼 사례를 필자가 주목한 이유는 인공지능 기술을 회계업무에 접목하기 위해 엑셀을 도구로 활용한 것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강력한 추론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멀게 느껴진다. 웹 브라우저를 열고 ChatGPT나 Perplexity를 활용하는 것은 텍스트나 이미지 기반의 지식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 스니퍼는 회계 담당자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엑셀에 부가 메뉴로서 작동한다. 사용자들이 기존에 하고 있는 업무를 익숙한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인공지능을 녹여내 사용성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대표적인 회계 AI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마치며: 국내 금융기관에 주는 시사점


데이터 스니퍼를 완벽한 인공지능 서비스라고 할 순 없다. 모든 절차를 인공지능이 직접 자동으로 수행해 주는 것이 아니며 아직 많은 부분에서 사용자의 조작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앞으로 AI 기술이 금융 서비스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주도할 것임을 보여준다. 

AI 도입을 검토하는 국내 금융기관에서는 데이터 스니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고차원적인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현하지 못하더라도, 접근성과 필요성을 우선하여 서비스를 기획해 보는 것이다. 일단 고객과 내부 구성원 입장에서 사용이 쉽고 편리하다고 느끼면 빈도가 올라가게 된다. 서비스의 고도화는 그때부터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사용성 높은 인공지능 서비스가 금융에도 많이 나타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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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가맹점 지향 신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