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프라인 결제 기술의 변화에 관하여
2024.11.08

국내 오프라인 결제 기술의 변화에 관하여

by 길진세(BC카드 M-TF)


Intro


과거 ‘통신과 금융의 만남’이라는 키워드가 세간에 화두였던 적이 있다. 2011년  출시된 갤럭시S2는 NFC를 지원하며 오프라인 결제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구글은 구글페이를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며 금융시장에 진출했고 애플페이 역시 영토를 넓히고 있었다. 지금 뉴스를 다시 찾아보아도, 실물카드는 사라지고 모두가 모바일로 오프라인 결제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때부터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여전히 지갑을 들고 다니며, 지갑속에는 여러장의 카드와 급할 때 쓰기 위한 현금도 좀 있을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금융, 그중에서도 오프라인 결제는 변화가 더디다고 하겠다. 필자가 유독 오프라인이라고 강조하여 말하는 이유는 온라인 결제는 그동안 상당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카드번호를 카드사 외에는 저장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결제할 때마다 매번 카드번호를 고객이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른바 천송이 코트 사태 이후, PG(Payment Gateway)가 카드번호를 가지고 있게 되면서 본인인증만으로 바로 결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반면 오프라인 결제에서는 삼성페이라는 강력한 결제방식이 나타난 것을 제외하고 국내에 이렇다할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괄목할 만한 변화가 하나 둘 보인다. 국내 환경에서 오프라인 결제 방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변화 방향을 공유하고자 한다.

(1) NFC

NFC 는 Near Field Communication의 약자로 근거리 무선통신 규격이다. 과거에야 생소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2011년 이후 꾸준히 발전해 온 모바일 결제방식으로 플라스틱 카드의 비접촉 결제 솔루션과 기술방식이 같기 때문에 결제단말기 공유가 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NFC 기반의 모바일카드가 곧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도 시장을 재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슈는 가맹점 단말기였다. NFC 결제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 카드 결제 단말기를 통째로 바꾸거나 NFC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결제패드 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카드사나 핀테크 사에서는 투자차원에서 무상지원을 하려했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 규정 때문에 추진할 수 없었다. 2015년 추가된 여전법 규정에 따르면, 연매출 3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에 카드사용을 조건으로 부당한 보상금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불법 리베이트를 막고자 하는 취지였으나 한편으로는 NFC 인프라 확대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제사업은 전형적인 양면시장으로 고객과 가맹점을 모두 잡아야 가능하다. 고객측을 잘 잡는다고 해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적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애플페이도 NFC를 사용하고 있고 세계적인 추세도 NFC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국내는 인프라 이슈 해결이 단기간에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QR

QR(Quick Response)은 생소했던 단어였지만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QR체크인 덕분에 모두가 아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QR을 통한 결제 관해서는 여러 핀테크 업체와 카드사, 제로페이가 가맹점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QR의 장점은 NFC대비 높은 범용성이다. 가맹점에는 QR을 읽을 수 있는 리더기가 필요하나 QR스티커를 붙여두는 방식도 가능하다. 저가형 스마트폰에는 NFC 기능이 빠진 경우도 많은데 QR은 카메라만 있으면 된다. 이렇듯 높은 범용성으로 QR은 국내에서도 페이북, 서울페이, 네이버페이 등 여러 결제수단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3) 삼성페이

삼성페이는 기존 가맹점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기에 오프라인 결제의 강자가 되었다.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라고 하는,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 띠의 자기장을 흉내내서 결제단말기에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덕분이다. 기존 카드 결제 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엄청난 강점으로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4) 비가청음파 결제

롯데마트에서 간편결제 L-Pay로 결제를 진행해 보면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폰을 점원에게 보여주면서 QR이나 바코드를 찍지 않아도 결제가 되는 것이다. L-Pay가 구동중에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는 비가청음파를 발신해서 결제정보를 결제단말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타인에게 주지 않아도 되니 좋지만 이 결제방식 또한 약점이 있다. 비가청음파를 수신할 수 있는 결제단말을 설치해야 하며, POS 업데이트까지 해야 한다. 결국 가맹점 인프라를 어떤 형태로든 크게 고쳐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2018년에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롯데계열 외에 사용가능한 가맹점이 늘지 않고 있다. 

(5) 지정맥 결제

지정맥 결제란 우리 손바닥의 정맥 형태가 사람마다 모두 다른 점을 활용한 결제방식이다. 롯데타워의 무인편의점에서 ‘핸드페이’라는 브랜드로 시연하면서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다. 손바닥을 대면 결제가 끝나기 때문에 오프라인 결제 수단중 실질적으로 가장 빠른 결제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등록과정이었다. 처음 한번은 자신의 지정맥정보를 등록하고 인증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국내에서 지정맥결제가 주춤하는 사이, 미국의 아마존은 아마존 원(Amazon One)이라는 이름으로 지정맥결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를 인수하고 모든 매장에 아마존 원을 도입했다. 아마존은 온라인 결제 원클릭으로 이미 수많은 미국인들의 카드정보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 원 단말 앞에서 생체정보만 등록하면 곧바로 사용이 가능한 덕에 아마존원은 빠른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마치며


고객이 국내에서 사용해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기술방식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사실 카드결제라는 행위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결제에 필요한 정보를 본인임을 전제로 안전하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즉 인증과 지불이다. 모바일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본인임을 인증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삼성페이 사례에서 보듯 가맹점의 인프라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지불’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제시장은 고객, 가맹점, 기술이 동시에 변화하는 시장이다. 새로운 혁신이 어디서 어떻게 또 나타날지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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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가맹점 지향 신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