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방지법의 효과와 의미에 대하여
by 길진세(BC카드 M-TF)
들어가며
2024년 7월,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인 티몬과 위메프 등(이하 '티메프')이 입점 판매자에 대한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수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전자상거래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정부는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티메프 방지법'이라 불리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추진했고 2024년 10월 18일, 이를 발표했다. 티메프 방지법은 업계 파급력이 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티메프 방지법의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
티메프 방지법의 핵심은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강화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플랫폼의 판매대금 유용을 방지하고, 판매자 보호를 강화하고자 했다.
먼저 정산 기한을 단축한다. 현행 40-60일까지 걸리던 것을 10-30일로 단축하는 것이다. 또 구매확정일로부터 10~20일 이내 또는 월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중 하나를 선택해 판매대금을 정산하게 된다. 판매대금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별도 관리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수수료 등을 제외한 판매대금의 50-100%를 별도 계좌에 예치하는 것이 골자이다. 법 적용 대상은 국내 중개거래수익(매출액)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규모 (판매금액) 1000억원이 넘는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로 정해졌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3가지 기대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먼저 판매자 보호 강화이다. 정산 기한 단축으로 판매자들의 자금 유동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 판매자들의 경우 운영자금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판매대금 별도 관리를 통해 플랫폼의 자금 유용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어, 제2의 티메프 사태 발생 위험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번째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신뢰도 제고이다. 법적 규제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들의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건전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로 플랫폼 기업의 재무건전성 개선이다.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화로 인해 플랫폼 기업들은 자금 운용에 있어 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티메프 방지법에서 예상되는 이슈
정부에서 강력하게 내놓은 대책이지만 티메프 방지법은 여러 논란 또한 제기되고 있다. 먼저 중소 커머스 플랫폼의 성장 저해 우려다. 규제 강화로 인해 중소 플랫폼의 유연한 자금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신생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시장의 혁신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두번째는 규제 형평성의 문제다. 법 적용 대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제시한 안(연간 중개거래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을 적용할 경우 이번 사태의 핵심이었던 티몬과 위메프가 도리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급격히 악화된 재무상황이 반영되어 규제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가능성이다. 국내 플랫폼에만 엄격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티메프 방지법의 의미
티메프 사태는 커머스, 지급결제 사업자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남겼다. 10년이 넘게 운영하며 강력한 브랜드를 쌓아 온 티몬과 위메프가 이렇게 되리라고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통 공룡을 믿고 거래해 온 많은 커머스 사업자와 결제사업자가 피해를 부담해야 했다. 이번 사태를 겪고 티메프 방지법이 제정된 것에는 플랫폼 경제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크다. 급성장한 플랫폼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업윤리의 중요성이 부각된 점도 의미가 있다. 법적 규제 이전에 자발적인 윤리경영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업계 전반이 인지하게 된 것이다.
마치며: 티메프 방지법이 효과를 내려면
티메프 방지법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판매자 보호를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동시에 시장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는 긴밀한 소통을 통해 규제의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셀러인 중소기업은 이번 법률안에 대해 환영하는가 하면 벤처기업협회는 커머스 산업의 연쇄 도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티메프 방지법이 단순한 규제 강화로 그치지 않고 시장의 건전한 활성화를 도모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