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문 솔루션, 스마트 오더에 대하여
by 길진시(BC카드 M-TF)
들어가며
오래전 해외에서 필자는 신선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현지의 유명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점원은 메뉴판 대신 영수증 같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카드 영수증 프린터에서 방금 출력한 영수증 종이에는 와이파이 비밀번호와 테이블 번호, 그리고 QR코드가 있었다. 구글 렌즈로 스캔하자 다국어 메뉴판이 떴다. 한국어를 선택하고 손쉽게 메뉴를 주문했다. 이후 음식이 나왔고 식사한 뒤 카운터로 갔다. 매장의 POS기에는 주문한 내용이 적용되어 있었기에 곧바로 결제할 수 있었다.
이것이 필자가 처음 접한 스마트 오더였다. 당시에는 코로나 확산 전이어서 국내에서는 스마트 오더를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 전후로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되며 스마트 오더는 빠르게 우리 주변에 자리잡았다. 이번 글에서는 스마트 오더 시장의 경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오더 시장이 주목받게 된 이유
코로나 전후로 세계 각국은 경기침체를 막고자 시중에 돈을 많이 풀게 되었고, 이는 물가와 더불어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점주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고정비를 줄여야 했고, 홀 인원 축소를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스마트 오더 시장이 급부상했다. 또한 코로나의 비대면 강제가 영향을 미친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중국산 저가 태블릿의 공격적인 보급이다. 매장에서 스마트 오더용으로 쓰이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보통 8~10인치 사이다. 과거에는 아무리 저렴해도 15~20만원대였으나 코로나 이후 중국의 대량생산으로 대당 5~10만원사이로 급격히 떨어졌다. 또한 안드로이드 OS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안정성이 강화됐다. 테이블 위에서 하루 종일 작동되고 있어야 하는 스마트 오더의 특성상 하드웨어와 OS의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요건들이 충족되며 스마트 오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었다.
최근 스마트 오더 프로그램의 개발 난이도가 높지 않고 정해진 메뉴 속에서 주문을 받아서 POS기로 보내는 것이 주요 미션인 점과 더불어 디자인, 사용자 경험, 부가 서비스 등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든 점 등으로 스마트 오더 전반에서 서로 유사한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다. 그 경쟁 구도는 어떨까?
기술 방식의 경쟁
주목할 만한 부분은 스마트 오더 시장의 기술 방식 경쟁이다. 경쟁사보다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오늘날 스마트 오더 방식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태블릿 방식
매장 내 테이블마다 거치대를 고정해 두고 태블릿을 붙인 방식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7~8인치 태블릿을 거치대에 고정시키고, 전기공사가 가능한 매장이면 전원선을 연결하거나 대형 보조 배터리를 뒤에 고정시키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배터리 기반 태블릿의 경우 오래되면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스월링’ 현상이 있어 최근에는 배터리를 제거한 태블릿을 보급하는 추세다. 또한 몇몇 스마트 오더 사업자는 자리 주변 손님들이 주문한 내역까지 자신이 결제할 수 있는 ‘골든벨’ 기능이나 자리 간 채팅 기능 등 독특한 부가기능을 넣기도 한다.
태블릿 오더 방식의 최대 강점은 대단히 ‘직관적’이라는 것이다. 후술할 다른 방식 대비 명확하고 단순한데, 이 장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식음료 매장 방문 손님들의 IT 이해도는 천차만별이기에 제아무리 고도화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은 직관성에 기인한다. 반면 다른 방식대비 고가인 점은 큰 약점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높으며 이후 월 사용료도 높은 편이다.
(2) QR 방식
코로나 때 QR코드로 실내 출입 여부를 등록하는 경험을 하면서, 국민의 QR 이해도가 대단히 높아졌다. 이에 QR코드 기반의 스마트 오더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되어 왔다. QR코드의 최고 강점은 비용효율성이다. 별도 기기 없이 QR코드를 출력해 테이블에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 고객은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테이블별 메뉴 웹페이지를 즉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부작용도 발생했다. 극단적인 예로 경쟁사에서 QR코드를 촬영한 뒤 허위주문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를 막고자 위치정보를 반영하거나 1회용 QR코드를 생성하는 등 기술적 보완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사용할 줄 아는 QR코드임에도 스마트 오더 시장에서는 보급이 원활하진 않다. 이 배경에는 QR코드를 통해 접속해야 하는 일련의 절차를 고객이 어려워하거나 불편하게 느낄 것이라는 가맹점주의 부담감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3) NFC(Near Field Communication)
QR코드와 같이 링크를 넘겨 웹페이지를 여는 방식으로 NFC 스마트 오더도 시장에 출시되어 있다. NFC 기술과 호환되는 태그 단말기는 몇백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이를 매장 내 테이블마다 부착하면 고객이 스마트폰을 접촉함으로써 메뉴 주문 웹페이지가 열리는 방식이다. 사용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매우 빠르고 편리하지만 여전히 NFC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는 아직 부족하다. 고객에게 사용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NFC 기능을 설정하라’고 설득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QR코드 대비 고객의 필수 행동이 적은 것은 장점이다.
스마트 오더 관련 이슈
스마트 오더는 빠르게 국내 시장에 확장하고 있지만 이슈도 적잖이 생긴다. 우선 위약금 이슈가 있다. QR이나 NFC 방식 보다 태블릿 오더 방식에서 주로 빈번하다. 아무래도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방식이기에 태블릿, 거치대, 배터리, 전기공사비, 설치를 위한 출장비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하면서 설치업체를 대상으로 약정기간도 길고 위약금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잔여 약정기간을 승계할 사람을 찾는 글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기사화된 전자결제대행업체(PG) 수수료도 있다. 주문만 스마트 오더로 처리하고 결제를 카운터에서 한다면 상관없지만, 요즘 많은 스마트 오더 서비스들은 태블릿에서 주문 즉시 선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매장의 POS기를 통해 결제하지 않고 온라인 결제 방식으로 처리하는, 이른 바 ‘오프라인PG’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PG 결제는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VAN 결제보다 수수료가 비싸다. VAN수수료는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이내에서 결정되지만, PG결제 수수료는 가맹점수수료 외에 PG업체가 자체 산정하는 수수료 체계가 더해져 책정된다. 덕분에 스마트 오더 사업자는 자유롭게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구조다. 점주가 인건비 조절과 고객편의성 제고 효과를 고려해 스마트 오더를 도입하지만, 도리어 높은 수수료에 놀라게 되는 경우로 이어지는 이유인 것이다.
마치며: 스마트 오더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서비스를 기획할 때 직관성은 부분은 정말 중요하다. 필자는 QR결제나 NFC결제도 장점이 있지만, 태블릿 오더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 시장의 트렌드 세터가 될 것이라 점쳐본다. 자리마다 태블릿이 붙어있는 모습이 어색해도 직관성 측면에서는 우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꿨지만 매장의 최전선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디지털의 편리함에도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매장으로서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여러 이슈가 상존하지만 스마트 오더는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향후 어떻게 시장이 변할지 지켜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