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간편결제 확대가 주는 시사점
2024.08.30

중국의 간편결제 확대가 주는 시사점

by 길진세(BC카드 M-TF)


들어가며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며 중국은 간편결제의 모범사례처럼 언급되어 왔다. 간편결제는 우리나라도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과 같이 온/오프라인 전방위적으로 사용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의 간편결제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사업자가 QR을 가맹점에 비치한 것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시장내에 보편화된 간편결제를 찾기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신용카드와 현금이 가장 유효한 결제수단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첫번째 배경 - 위조지폐가 만연했던 중국


중국 공안당국은 2015년, 건국이후 최대규모의 위조지폐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우리 돈 38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이로부터 5년뒤인 2020년, 또 다시 같은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건국이래 최대규모 위폐 조직을 적발했는데 무려 730억원 규모라고 한다. 2021년 중국 인민은행이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거되는 가짜 지폐 총액은 연평균 8억위안(한화 약 1,520억원)에 달했다. 수거되는 총량이니 실제로 유통되는 규모는 더 클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는 중국 ATM이나 은행에서 받은 돈임에도 위폐로 감별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증언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나라가 크고 사람도 많아 위폐는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워낙 위폐 규모가 크고 광범위하게 문제가 되니 중국에서는 상인들조차 위폐 감별기를 상점에 두고 확인하게 되었다. 돈을 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위폐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적절한 대안이 나타나면 바로 이동할 준비가 된 상태였다.


두번째 배경 - 유선을 건너뛴 무선 정책과 스마트폰


중국 전역에 유선전화를 설치하려면 전세계에 매장되어 있는 모든 구리를 써도 안된다는 우스개가 있었다. 어쩌면 우스개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사실확인은 못하게 되었다. 중국은 유선 인프라 설치를 건너 뛰고 바로 무선망을 확충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 내부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내수용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샤오미(Xaomi)나 오포(Oppo) 제품을 저렴한 가성비 폰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중국 현지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싼 브랜드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애플 아이폰과 달리 안드로이드폰은 오픈소스 기반으로 중소제조사들도 자유로운 제조 판매가 가능하다. 중국은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공장역할을 해 왔던 터라 제조금형과 기술을 배우기도 좋은 입장이었다. 


세번째 배경 - 앱마켓의 파편화로 인한 QR 활용도 증가


중국 현지 유심을 사용해보면 구글의 여러 서비스 접근이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구글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서비스가 안된다는 것은 구글플레이(앱마켓)도 안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 텐센트 등 중국 대형 IT사업자가 별도로 앱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마켓이 무려 400개에 달하는데 상위 10개 마켓이 9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앱 다운로드를 홍보하는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길에서 볼 수 있는 광고판에서도, TV CF에서도 다운로드 방법을 간단하게 안내한다. ‘구글 플레이에서 **을 검색하세요!’ 하는 식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여의치 않다. 

그래서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바로 앱 다운로드를 안내하는 QR이다. 자신들이 홍보하고자 하는 앱의 다운로드 링크를 QR로 만들어서 홍보하는 것으로, 이 링크를 통해 APK(안드로이드 설치파일)을 다운받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QR을 통해 다운받는 경험을 하다 보면 점점 더 QR에 익숙해지게 된다. 


네번째 배경 -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빠른 확대


우리나라 국민은 출생이후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여러 사회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차를 사거나 집을 소유하는 것, 직업, 소득내역 등이 정부나 금융기관을 통해 관리되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이러한 점이 해외에서는 안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 인도와 같이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나라에서는 출생/사망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개인에 대한 정보가 적으면 금융기관에서는 제대로 된 금융거래를 하기 어렵다. 계좌를 열어주거나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 중국 등에서는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다른 금융형태가 나타났다. 계좌는 없지만 온라인 거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선불충전수단이 발달한 것이다. 국내로 보면 티머니, 캐시비나 네이버페이, 쿠페이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어서 네이버페이를 무통장입금으로 충전해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이다.

중국의 주요 선불지급수단은 유명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있다. 알리바바 그룹은 중국의 온라인 커머스를 꽉 잡고 있다보니 선불충전계정이 같이 발달했고, 중국의 국민 메신저인 위챗에서 쓰이는 선불충전수단인 위챗페이도 대중화되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이 둘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지금 중국의 간편결제는 이러한 장점들이 모여서 이루졌다


앞서 언급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 중국정부는 위조지폐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중국은 유선보다 무선에 집중했고, 저렴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다. 국민들은 QR에 익숙했고, 선불충전지급수단을 잘 사용하고 있다. 애초에 우리나라와는 태생부터 다른 배경이 있다보니, 오프라인에서 QR을 찍거나 자신의 QR을 보여주고 결제를 하는 게 쉽게 퍼진 것이다. 

고객은 원래 가지고 있던 선불계정에서 돈이 나가는게 어색하지 않다. 가맹점주도 위폐 걱정 없이 돈을 받을 수 있으니 만족한다. 중국 정부 역시 위폐 문제가 해결되고, 개개인의 자금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만족한다. 관계자 모두가 만족하는 것이다. 결제는 국가별 상황과 문화, 성향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도 오프라인 간편결제 발전을 추구한다면, 중국이 발전한 이유에 대해 잘 연구해 보고 우리 상황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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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가맹점 지향 신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