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L이 한국에서 어려운 이유
2024.08.09

BNPL이 한국에서 어려운 이유

by 길진세(BC카드 M-TF)


들어가며


지난 몇 년간 BNPL이 계속 화제였다. BNPL은 Buy Now Pay Later의 약자로, 빠르고 간편한 소액신용대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엄격한 법규가 적용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진 사업이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BNPL의 유명세가 이상하다 생각할 수 있다.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등 대체제가 많이 있는데 굳이 BNPL까지 찾아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의 특수성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생각만큼 BNPL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해외에서 빠르게 확산된 BNPL


돈을 빌리기 편한 나라라는 의미는 그 나라의 금융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모두 주민등록번호로 사회의 시스템에 등록된다. 생애주기 전반이 교육, 국방, 납세 시스템에 잘 연동되어 있어 금융생활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신용대출, 신용카드 등의 단어에서 익숙한 신용 (信用, credit)의 기본 전제는 바로 ‘이 사람을 사회적으로 믿을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신용 증명이 편했고 금융 역시 이를 기반으로 발달해왔다. 그러나 해외는 생각보다 어렵다.  서구권 선진국도 신용거래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금융거래기록이나 사회적인 위치의 증명을 요구한다. 후진국으로 가면 점입가경이다. 중국이나 인도의 무적자(無籍者,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국민)는 유명하다. 출생도 관리가 안되니 금융은 너무 먼 이야기이다. 계좌를 열고 싶어도 어렵다. 후진국일수록 선불 충전 위주로 발달한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이러니 BNPL은 해외에서 폭발적인 환호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관련 스타트업들이 급속하게 성장했는데 호주의 애프터 페이 (Afterpay), 스웨덴의 클라르나(Klarna), 미국의 페이팔(PayPal) 등이 유명하다. 

더 이상 해외의 유명세를 방관할 수 없었던 국내 사업자들 중 핀테크사가 먼저 칼을 뽑았다. 네이버 페이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파이낸셜은 금융위원회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여 BNPL을 시작했다. 신용거래가 곤란한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금융소외계층에 소액 신용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토스, 카카오페이도 30만원 한도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NPL의 가능성과 한계


BNPL은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를 위해서는 장단점을 살펴봐야 한다. BNPL은 기존에 고객이 보유한 신용등급을 보지 않기에 이른바 금융소외계층 (무직, 학생, 주부) 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권에서 이른바 씬 파일러(Thin filer)라고 부르는 계층으로 금융거래가 거의 없어 관련 기록이 없는 계층을 말한다. 거래구조상의 이점도 있다. 카드의 경우 VAN, PG 등 중간 사업자가 결제망에 있어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지만 BNPL은 핀테크 사업자와 가맹점간 직접 거래가 된다. 비용절감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더 비싸지는데 PG를 통하는 카드 수수료(2~4%) 대비 높은 5~6% 이다. 가맹점에선 사실 BNPL을 도입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으나, 해외의 경우 BNPL 지원 유무에 따라 매출액 차이가 엄청나게 발생했다. 어쩔 수 없이 도입하는 것이다. 

국내 상황을 보면, 해결되지 않은 이슈도 보인다. 현재 네이버 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가 하고 있는 BNPL은 금융사와 연체정보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렇게 한 취지는 금융취약계층이 금융권을 이용할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었지만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금융권에 채무가 있는 사람이 BNPL로 채무를 과도하게 더 지게 되는 상황이다. BNPL을 하려는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사의 연체정보 공유는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협업은 아직 되지 않고 있다. 

한도의 이슈도 있다. 국내 BNPL은 30만 원 한도가 대부분이다. 체크카드에 후불교통기능을 붙여서 이용할 때 이 한도가 30만 원이다. 핀테크 측에서는 50만 원을 요구했지만 카드사와 형평을 고려하여 30만 원으로 정해졌다. 후불교통카드 사용에는 충분하지만 BNPL에 쓰기에는 너무 작은 한도라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BNPL은 어떻게 될까


BNPL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문제의 답은 이미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BNPL을 자주 이용하고 있을까? 뜨거운 감자로 매번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데 반해 필자는 주변에서 BNPL을 잘 쓰고 있다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주변 대부분이 직장인이어서였을 수도 있다. 몇몇은 '결제 화면에서 본 적은 있다, 그런데… 그걸로 결제하면 그런데 뭐가 좋은 거냐?'라고 되물었다. 

가벼운 이 질문 속에 BNPL의 미래가 녹아 있다. BNPL 자체가 단기 여신상품인 만큼 고객에게 주는 기본적인 가치는 확실하다. 당장 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가치가 희석된다. 30만 원은 현금서비스 한도보다도 작다. 비대면 은행 대출도 쉽다 보니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신용대출 등은 언제든 가능하다. 

30만 원 한도의 BNPL을 쓰는 사람은 바꿔 말하면 30만 원이 없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말이다. 1금융권에서는 고위험군으로 취급하는 계층이다. 이런 고객군에게는 정교한 신용관리가 안되면 연체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신용관리회사인 크레딧 카르마에 따르면 미국 BNPL 사용자의 34%는 최소 1건 이상 결제를 연체했고 72%는 신용등급이 떨어졌다고 한다. BNPL의 높은 연체율이 이슈가 되자 미국 소비자금융 보호국(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에서는 과소비와 연체율 급등과 관련해 BNPL 업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국내는 어떨까? 2024년 7월 21일 강준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BNPL을 제공하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의 연체율은 2022년말 3.06%을 기록하고 2023년 6월말 5.84%까지 치솟았다.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BNPL의 위험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혹 BNPL이 고객에게 신용카드 이상의 혜택을 준다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이다. 체크카드는 1~2%, 신용카드는 3~5%까지도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초기에는 BNPL도 여러 이벤트와 캐시백을 하면서 고객을 유혹하지만, 신용카드의 혜택을 이기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마치며 :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밖에 없는 BNPL


개인 신용 점수를 매겨서 공개하는 미국의 페어 이삭(Fair Issac)이라는 회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는 신용평가를 할 수 없는 성인만 5,3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BNPL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있다는 의미이다. 일찍이 BNPL이 발달한 호주를 비롯한 서구권 국가들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특징이 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한 무이자 할부가 되는 카드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해외에는 리볼빙 (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은 쓰여도 무이자 할부는 잘 쓰이지 않고 있다. 

BNPL은 이러한 틈새를 잘 공략해서 해외에서는 킬러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대체제가 있고, 해외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결제 서비스가 있으며, 강력한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BNPL이 대세가 된다면 어떨까. 높은 연체금리를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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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가맹점 지향 신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