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제도와 금융회사에의 시사점
2024.07.31

자금세탁방지제도와 금융회사에의 시사점

by 김정명(금융정보분석원 행정기획실장) 


자금세탁 행위 유형  


자금세탁행위는 국가별로 그 개념은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고 있으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자금의 위법한 출처를 숨겨 적법한 것으로 위장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범죄수익 등의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실 또는 범죄수익의 발생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하는 행위 등을 일컫는다. 

이외에도 마약류 범죄의 발견 또는 불법수익 등의 출처에 관한 수사를 방해하거나 불법수익 등의 몰수를 회피할 목적으로 불법수익 등의 성질, 소재, 출처 또는 귀속관례를 숨기거나 가장한 행위나 사기 등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 공제를 받는 행위, 관세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가격 또는 관세율 등을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하고 수입하는 행위 등을 지칭하고 있다. 


강화되는 자금세탁방지기구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글로벌 규범 제정은 미국 레이건 정부의 마약밀매 차단시도 노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레이건 정부는 8년간 21억달러라는 막대한 마약방지 예산을 투입하였고 마약사범에 대한 강한 처벌을 내세웠고 심지어 국가간 마약밀매를 차단하기 군사작전에 군사력을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까지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유통이 값싼 마약류 등장과 더불어 그 맹위를 떨치자 마약관련 금융거래를 통제하는 것이 소위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아래 1986년 자금세탁통제법 (Money Laundering Control Act)을 제정하였다. 

이후 1989년 G7회의를 통해 불법마약자금을 금융시스템으로 부터 효과적으로 축출하기 위하여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인 (FATF)가 설립되었다. FATF는 자금세탁방지 기법과 동향을 연구하고 자금세탁 행위 수단을 점검하고 자금세탁에 대응하기 위하여 1990년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40개 권고사항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후 9.11 테러사건을 계기로 테러자금조달금지에 관한 규범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FATF 목적에 추가하고 테러자금 조달에 관한 8개의 특별권고사항을 추가로 발표하였다.

2003년에는 각국의 금융정보분석기구의 설립을 의무화하였고 한국은 2011년 11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재정경제부 소속 독립기관으로서 금융정보분석원(FIU)를 설립, 자금세탁방지업무를 담당하였으나 2008년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으로 이관하였고 공중협박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자금조달방지 영역으로 그 업무를 확대하였다. 

금융정보분석원에는 법무부, 금융위, 국세청, 관세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 전문인력이 참여하고 있으며 금융회사로부터 의심거래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불법거래, 자금세탁행위 또는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관련성 여부를 판단, 금융거래정보를 검찰청, 경찰청, 관세청 등에 제공하는 업무를 주 업무로 하고 있으며 금융회사 등의 의심거래 보고업무에 대한 감독 및 검사, 해외 FIU 기관과의 협조체계 및 정보교류 활동을 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활동 중요성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활동들은 개별 범죄자에 대한 처벌보다 범죄가 발생하는 경제적 기반을 무력화시키고 범죄를 유인하는 그 동기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범죄 예방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자금세탁이 만연해지면 제도권이 아닌 지하경제가 발달하고 국가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여러 통계를 왜곡시키고 탈세를 성행케 하여 재정 건전성을 약화시키고 통화정책, 물가나 금리와 같은 거시경제정책 수립을 방해한다. 

이러한 연유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은 국가별 자금세탁방지 수준을 신용등급 산정에 주요 요인으로 다루고 있다. FATF 등 관련 기관들이 방지활동의 미흡 또는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 움직임을 보일 경우 국채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계로 자금세탁방지 노력은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와 별개로 개별 금융회사도 자금세탁방지활동을 소홀히 할 경우 회사 존립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금전적 제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는 전통적인 건전성 규제에 이어 소비자보호, 자금세탁 및 테러방지 규제로 확장되어 있다. 규제 위반에 따른 제재 사례를 살펴보면 BNP파리바은행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이란, 쿠바, 수단과 외환거래를 지속하여 89억불이라는 역대 은행이 부과 받은 벌금 중 최고액을 부과 받은 바 있고 HSBC는 이란 제재위반 및 멕시코 마약조직과의 자금거래 혐의로 2012년 19억불, SC은행도 이란 등 금융제재 위반등의 혐의로 2019년 11억불, 골드만삭스는 2022년 말레이시아 1MDB 스캔들로 78억불의 벌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국내은행의 해외 법인도 현지에서 제재에 노출되곤 하였는데 2017년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자금세탁방지 내부통제 미흡으로 1,100만불,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이란 등에 대한 금융제재 위반혐의 등으로 2020년 8,600만불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지난해 신한은행 미국 현지법인은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2,500만불 벌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이 자금세탁행위에 이용되곤 하여 그에 따른 제재도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다. 올해 미 증권거래소(SEC)는 암호화폐 업체 실버게이트 캐피털을 자사 결제 플랫폼에서 발생한 약 1조달로 규모의 은행거래에 대한 의심거래를 적절히 모니터링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자금세탁방지법 미준수 혐의로 기소하였으며 5,000만불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지난해 캐나다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대상으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만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 약 6,000건에 대한 고객신원인증(KYC)정보를 제출하지 않고 외환서비스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30만달러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한편, 미 증권거래소는 2023년 메릴린치가 범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거래를 보고하는 ‘의심스러운 활동보고서(SAR)를 10년 이상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총 1,200만불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한국의 금융정보분석원도 2023년 9월이후로 고액현금거래 보고의무 위반, 고객확인의무 위반,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의무 위반 등의 사유로 총 28건의 회사별 제재 처분을 하고 이를 공시하였다. 이와 같이 개별 회사가 자금세탁 방지활동을 소홀히 할 경우 국내외 막론하고 거액의 금전적 제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금융기관에의 시사점


이처럼 자금세탁방지 활동을 소홀히 할 경우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상당한 처벌과 함께 회사 평판에도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되어 있다. 자금세탁 행위를 일선에서 접하는 금융회사가 초동단계에서 세심한 주의를 통해 이를 발견해 낼 경우 자금세탁 행위가 발생함으로써 예상되는 국가, 사회 경제적인 큰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개별 금융회사가 자금세탁방지 관련 체계적인 관리활동을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관련 법규도 보고책임자부터 준법감시인, 대표이사, 이사회에 계층별 각각의 책무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단지 법규를 준수한다는 수동적인 태도보다 적극적으로 회사 내부에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계층별 역할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정비, 운영함으로써 역할 미배정 또는 중복에 따른 관리활동 누수나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악용범죄, 불법사금융 등 금융회사의 그간 모니터링 활동을 회피하거나 우회하려는 신종 수법들이 생겨나는 만큼 적발사례에 대해 신속하게 조직내부로 전파하고 모니터링 룰도 최신화 해 나가야 한다. 

임직원에 대해 최신화 된 법령이나 규정을 숙지토록 하고 직원들에 대해서는 최신의 자금세탁 행위 관련 사례를 포함, 유형별 사례에 대한 교육도 적기에 실시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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