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월렛으로 리브랜딩하는 삼성페이의 미래
2024.08.01

삼성월렛으로 리브랜딩하는 삼성페이의 미래

by 길진세(BC카드 M-TF)


들어가며


국내 어떤 매장을 들어가도 ‘삼성페이로 결제하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체감하지 못하지만 이는 실로 엄청난 일이다. 다른 결제수단을 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특정 페이 스티커가 매장에 붙어 있음에도 점원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POS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는 경우도 흔하다. 

반면 삼성페이 결제는 그런 일이 없다. 폰을 내밀면 다들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결제는 대중의 행동패턴 전체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삼성페이가 만들어낸 이러한 변화는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다. 

최근 들어 이 삼성페이의 전략이 변하고 있다. 브랜드를 삼성페이에서 삼성월렛으로 변경하고 다양한 사업자와의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모바일 결제로서 삼성페이의 강점과 앞으로의 변화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차별화를 이룬 삼성페이


2015년 출시된 후 삼성페이는 삼성 갤럭시에 고객을 고정하는(Lock-in)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 진영과 오픈소스 기반의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완벽하게 독점적으로 통제한다. 아이폰의 운영체계인 iOS는 애플만 사용하며 다른 제조사는 iOS를 사용해 ‘아이폰 호환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안드로이드는 완전히 반대이다. 스마트폰에 필요한 기본 기능을 오픈소스로 제공하며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한다. 그래서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안드로이드를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편리하게 스마트폰을 만들어 낼 순 있지만 차별화가 안된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디자인, 카메라 화소, CPU 성능 등의 차별화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의 이 문제점을 빠르게 간파하고 2015년 미국의 스타트업 루프페이(Loop pay)를 인수했다. 루프페이는 MST 라는 기술을 만들고 이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MST는 Magnetic Secure Transmission의 약자로 신용카드 뒷면의 자기를 띈 띠 부분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흉내내는 기술이다. 실물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 카드의 정보를 흉내내서 마치 카드를 긁어서 결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 준다. MST가 가능한 모듈을 스마트폰의 후면에 부착하면 어디서든 여러 장의 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결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바로 이 부분을 눈 여겨 보고 루프페이를 인수하여 갤럭시폰의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했다. 루프페이가 출시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이 방식은 불법이었다. 실물카드를 복제하여 사용하는 것과 다른 점이 없었기에 카드복제 이슈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이 문제는 결제 건 마다 지문인식을 통한 본인인증과 1회용 카드번호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삼성페이의 확장


출시 후 삼성페이는 갤럭시 사용자 대다수가 활용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의도적인 배려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App을 전략적으로 자사의 여러 앱 중 가장 좋은 포지션에 위치시켰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삼성전자 또한 안드로이드를 활용하여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이다. 삼성은 갤럭시폰의 전체를 컨트롤하기 위해 One UI 라는 User Interface를 사용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앱서랍, 배경화면, 위젯 등 사용자경험(UX)를 컨트롤하는 것이다. 

여기서 삼성은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제스처를 삼성페이에 제공했다. 좌,우로 넘기는 제스처는 앱 아이콘 화면간 이동,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제스처는 안드로이드 제어센터를 호출하는 제스처이기 때문에 제조사가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제스처이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위해 큰 투자를 한 것이다. 현실로 보면 시장에서 가장 목 좋은 곳을 제공한 것이라고 하겠다. 

삼성전자는 이후 삼성페이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다. 페이 플래너를 통해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은행 ATM 입출금 기능, 교통카드 기능을 넣었다. 그와 동시에 삼성전자는 특이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삼성페이의 핵심 기술인 MST를 라이선스 비용을 받고 다른 앱에 개방한 것이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자사의 핵심 기술을 오픈하지 않기에 굉장히 이례적인 전략이었다. 

이로 인해 간편결제 페이코가 2018년 8월 삼성페이를 탑재했고 이후 신한 SOL페이, KB PAY가 뒤를 이었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자 2023년 2월 네이버페이도 삼성페이 도입을 발표했고, 2024년 4월에는 카카오페이도 도입을 알렸다. 유수의 금융사와 간편결제사가 삼성페이를 도입하는 이유는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하고 싶으나 삼성페이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NFC나 QR도 오프라인에서 강력한 결제수단이나 가맹점에서 해당 결제방식을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 가맹점으로서는 사용자가 많지 않은 결제수단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기에 현재도 실물카드와 삼성페이를 제외한 새로운 결제수단은 국내에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마치며: 삼성이 페이보다 상위의 월렛 개념으로 바꾸는 이유


삼성전자는 2024년 3월 20일 삼성페이를 삼성월렛으로 리브랜딩함을 발표했다. 실물 신분증을 대신할 수 있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도입하며 이름을 바꾼 것이다. 국내에서 삼성페이는 삼성전자가 9년간 마케팅을 해 왔다. 이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바꾸는 것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삼성페이가 지갑에 있는 카드였다면 삼성월렛은 카드를 품는 지갑처럼 상위 개념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삼성월렛은 각종 신분증, 증명서, 티켓 등 실제 지갑에 들어갈 법한 것들을 탑재하고 있다. 기존 삼성페이라는 명칭을 계속 가져갈 경우 간편결제와 같은 이미지가 되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두번째로 삼성페이의 핵심 기능이었던 MST가 해외에서는 점점 NFC로 대체되고 있는 점이다. 카드 뒷면의 자기띠를 통한 결제는 늘 보안에 취약함이 약점으로 언급되어 왔다. 이에 각국은 실물카드 결제는 IC로, 모바일결제는 NFC로 변경 중이다. 삼성페이도 NFC를 지원하고 있지만 MST가 워낙 막강한 탓에 인지도는 낮다. 삼성전자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를 변경해서 보다 큰 시장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삼성월렛의 성공의 의미가 무엇일지 정의되어야 한다. 단순히 지금처럼 갤럭시폰의 핵심기능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성공일지, 타 제조사까지 확장되며 완전히 새로운 앱 플랫폼이 될지 말이다. 삼성전자는 후자를 노리고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삼성월렛의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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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가맹점 지향 신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