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7년, 앞으로의 전망
2024.07.25

인터넷전문은행 7년, 앞으로의 전망

by 길진세(BC카드 M-TF 차장)


| 들어가며


이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업을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으로 영위하는 은행을 뜻하는 말이다. 영어로는 Online Bank, Virtual Bank, Direct Bank라고도 한다. 

나라별로 제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대면 거래를 주로 하며 지점이 없고 신용약자에 대한 의무대출비율이 설정되어 있는 등의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에 이 인터넷전문은행이 들어선지 어느덧 7년이나 지났다.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오픈했고 이어 2021년 토스뱅크가 문을 열었다. 3사의 등장으로 인해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요한 변화를 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예상해 보고자 한다.


| 인터넷전문은행의 긍정적 효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인해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모바일로 거의 모든 은행업무가 가능하도록 편리하게 진화한 것이다. 2017년 이전 PC나 모바일을 통한 뱅킹은 매우 어려웠다. 복잡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로 인해 느려지는 PC를 감수해야 했다. 어느 플랫폼에서건 QR로 사용자 로그인도 가능한 지금과 비교하면 놀라운 격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3사 모두 모바일을 기본으로 하며 PC는 꼭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대신 모바일에서는 최선의 사용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다른 은행앱들에도 자극을 주어 발전하게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른바 메기로서 효과를 거둔 것이다. 

두번째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인해 시중은행들도 서비스 전반이 고객친화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시장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건 두가지 이유였다. 첫째 기존 은행보다 앱의 완성도가 높았다. 고객이 찾는 메뉴를 우선하여 배치했으며 앱을 켜고 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기까지 속도도 빨랐다. 

둘째, 고객의 눈높이에서 서비스를 새롭게 정의했다. 금융용어는 일반인이 보기에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법과 규제가 많다 보니 보수적으로 어려운 한자를 써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신(與信), 수신(受信), 고시(告示,안내하다), 내점(來店,점포를 방문하다), 창구(窓口), 견양(見樣, ‘보기’), 계약응당일(契約應當日,’계약해당일’) 과 같은 용어가 그렇다. 인터넷전문은행은 2030 고객 대다수가 한자세대가 아님을 감안하여 최대한 쉬운 용어(모으기, 빌리기, 갚기 등)로 표기했고 이는 다른 은행들도 따라하게 되었다. 

이러한 차이가 생겼던 이유는 은행업권 전반이 Walled garden, 즉 폐쇄적인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은행은 라이선스 산업으로서 경쟁자가 새롭게 등장하기 매우 어렵다. 시장 내 사업자들과 격차를 줄이는 것은 중요하나 먼저 혁신하며 치고 나갈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경쟁자보다는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정부당국의 방향에 맞추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혁신이 늦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이 없으며 고객이 직접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든 것을 고객에 맞춰 설계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어려운 사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에 은행앱이 해왔던 모든 것을 다르게 설계했고 이는 고객에게 혁신으로 느껴졌다. 화면의 스크롤을 한번이라도 덜 하게 하고, 화면 안에 표시되는 글자수를 최대한 줄여서 고객이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세번째는 은행상품의 변화이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토스뱅크의 외화통장등은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어진 혁신의 산물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자 외환을 수십년 동안 취급해왔던 기존 은행들은 왜 혁신을 하지 못했느냐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왔다. 하나라도 더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혁신이라고 하겠다. 이 또한 다른 은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 기존 은행 시장 재편에는 아쉬움이 남은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7년이 지났으나 이들이 은행의 새로운 메인스트림이 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주요 4대 은행 대비 체급이 작다. 또 사업초기 예상과 달리 기존 은행을 사용하던 고객들이 완벽하게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옮겼다고 보기도 어렵다. 왜 그럴까?

먼저 은행업의 특성을 들 수 있다. 2030에게는 핀테크와 빅테크가 익숙하나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생각하면 토스와 카카오, 케이뱅크는 전통은행 대비 인지도와 신뢰도 측면에서 아직 열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점이 없는 점도 기존 은행에 대비해 체감할 수 있는 효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앱 기반의 비대면 인프라로 고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전통 은행이 지점을 기반으로 보여주는 대면영업의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전국에 많은 지점을 보유한 새마을금고(2,342개소)의 경우 예금잔액이 무려 ’24.4월 기준 260조원이다. 같은 기간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예금잔액 합계는 95조원임을 감안할 때 오프라인 지점의 영업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바일 뱅킹에서 메기역할을 톡톡히 해 냈으나, 범국민적인 지점 영업력에 견주기 위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두번째는 시중은행의 빠른 반격이다. 시중은행은 거대자본을 활용하여 앱을 개편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며 빠르게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격해 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기존 은행앱과 인터넷전문은행 앱간의 완성도 차이는 매우 컸다. 직접 비교가 되자 은행앱들도 빠르게 추격해 와서 현재는 큰 차이가 없어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 원앱(One App), 슈퍼앱(Super All) 트렌드에 맞춰 금융그룹 내의 앱을 일원화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KB국민은행 앱이었던 KB스타뱅킹을 원앱으로 만들고 있고 신한금융그룹 역시 신한은행의 SOL을 슈퍼 SOL로 하며 슈퍼앱의 지위를 노리고 있다.

세번째는 기업고객의 유무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 기업고객을 위한 상품 구성이 시중은행처럼 다 갖춰져 있지 않다.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중심이되, 중규모 이상의 기업 대출은 하지 않고 있다.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 확대라는 본연의 미션도 작용했겠으나, 대면영업 위주의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할 것이다. 


| 마치며: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는


최근 3호 토스뱅크에 이은 4호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이 논의되고 있다. 이미 다양한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데 지난 선정때의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이라는 슬로건에 이어 이번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검토되고 있다. 

시장에 새로운 은행이 강력한 혁신성을 가지고 뛰어들어 기존 은행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사회 전체의 효용에 좋은 일이다. 현재 인가를 준비중인 후보들은 다음 질문에 대해 답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기존 은행의 미흡한 점에서 비롯된 것일까? 기존 은행은 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차별적 서비스가 가능한가? 라는 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100년 가까이 독점적으로 누려온 은행업에 대한 큰 견제이자 도전이다. 지난 7년간 소매금융에서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도 사실이다. 이 도전이 앞으로 어떻게 한국 사회를 변화시켜 나갈지 지켜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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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가맹점 지향 신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