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 금융의 현황과 전망
2024.06.20

임베디드 금융의 현황과 전망

by 길진세(BC카드 M-TF 차장)


| Intro


임베디드 금융이라는 신조어가 최근 몇 년간 화두가 되고 있다. 영어로는 Embedded Finance로 직역하면 ‘내장된 금융’ 이라고 하겠다.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중개하거나 재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들의(비금융회사의) 플랫폼에 금융기능을 내장하는 것을 말한다. 커머스 앱인데도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거나, 은행 대출상품을 연결해 주는 형태이다. 어떤 국가이건 금융은 각종 법과 규제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임베디드 금융의 실 사례와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 임베디드 금융의 사례


실물경제 속 소비자나 생산자의 입장에서 금융산업은 필수적이다. 생산자는 생산에 필요한 일체를 준비하는데 금융을 동원하며, 소비자는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데 역시 금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분리되어 있던 실생활과 금융을 통합하려 하는 움직임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미래에셋의 사례가 유명하다.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한 검색경쟁력을 커머스로 확대하는데 한창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가 직접 스마트 스토어 서비스를 만들어 오픈마켓처럼 커머스 사업자를 입점시키고, 자사의 검색에 노출시키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스마트 스토어 사업자를 위해 대출 상품을 미래에셋 캐피탈과 제휴하여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네이버의 관련 페이지에서 손쉽게 대출을 진행할 수 있다. 커머스 사업 내에서 금융상품이 운용되는 것이다. 

2024년 6월, 국민은행은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앱인 모니모와 제휴했음을 발표했다.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삼성그룹의 금융자회사인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증권의 통합브랜드이다. 4개사는 2022년 모니모라는 통합금융앱을 출시하고, One App 전략을 펴고 있었다. 그러나 은행이 없어 금융활동의 기본이 되는 입출금통장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삼성금융네트웍스는 국민은행과 제휴하여 앱 내에서 계좌개설, 조회, 이체 등 뱅킹서비스를 구현했다. 유사한 사례로 예전 하나은행이 네이버페이나 쿠팡과 제휴 통장을 출시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더욱 다양한 임베디드금융 사례가 눈에 띈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는 차량공유서비스로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Lyft)도 유명하다. 우버처럼 리프트도 남는 시간에 내 차를 활용해서 승객을 태워주고 수익을 내는 서비스이다. 자신의 차로 리프트 드라이버로 참여하는 운전자는 리프트 앱 내에서 바로 계좌와 직불카드를 만들어서 수익금을 받고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리프트가 스트라이드 은행 (Stride bank)와 협업하여 계좌 및 카드 개설, 조회 서비스를 구현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드 은행입장에서는 계좌 개설과 카드 매출이 발생할 수 있으니 좋고, 리프트 입장에서는 자사의 운전자들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 좋다. 

사실 리프트 입장에서는 이보다 큰 장점이 있다. 바로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인 MAU (Monthly Active User, 월간 앱 사용자수)와 앱 사용 체류시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리프트 앱 사용 이후 은행앱을 열어서 사용하니 MAU가 분산되게 마련이나, 리프트앱 내에서 계좌조회와 직불카드 사용현황을 볼 수 있다면 트래픽이 모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캐나다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쇼피파이(shopify)는 핀테크 BNPL (Buy Now, Pay later 후불결제) 업체인 어펌(Affirm)과 제휴하여 자사 고객이 1천달러 내의 상품을 구입할 때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판매자는 고객이 구매시 상품대금 전액을 어펌으로부터 받고, 할부금에 대해서는 고객이 어펌에 대납하는 것이다. 신용카드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BNPL은 아직 활성화가 되고 있진 않지만 해외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라고 한다. 아마존에서는 자사에 입점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대출 프로그램인 아마존 랜딩(Amazon Lending)을 운영중이다. 모두 임베디드 금융의 예시이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Tesla)도 미국에서 임베디드 금융을 시도중이다. 주행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드는 운전자보험을 개발, 보험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테슬라 고객이 테슬라의 자동차 보험을 가입할 경우, 실시간으로 안전운전을 유도해 운전자의 사고율과 보험료를 낮춰 준다. 안전운전을 할수록 보험료가 낮아지는 것이다. 

테슬라 전기차 보험은 실시간 운전 데이터를 사용해 안전점수(Safety Scores)를 부여한다 1,600Km마다 전방충돌경고 누적횟수, 급제동 횟수, 급선회 횟수, 오토파일럿 강제 해제, 불안전한 운전 습관 등 크게 5가지 데이터가 포함된 점수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게 된다. 201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체 보험 사업을 시작한 테슬라는 현재 12개 주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기존보다 20~30% 저럼한 보험서비스를 팔고 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미국 내 테슬라 차량보험시장의 17%를 차지했다. 비금융회사인 테슬라가 자사 플랫폼을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금융시장에 진출한 사례라고 하겠다.


| 마치며 : 임베디드 금융의 미래는?


임베디드 금융을 통해 금융회사는 지급결제, 대출, 투자관리등 본연의 기능을 부분별로 사업화할 수 있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또 고객접점 채널이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협업하는 사업자 역시 고객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한편 임베디드 금융에 참여하는 금융사로서는 자체 채널경쟁력을 잃고 비금융회사의 채널과 사업모델에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비금융회사로서는 탑재한 금융기능이 실효성이 있을 경우 사업자를 교체하며 수익을 확대하려는 유혹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베디드 금융은 고객입장에선 명확한 혜택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날지 지켜보도록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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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가맹점 지향 신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