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ETF로 재조망받는 '토크나이제이션'
2024.06.24

가상자산 ETF로 재조망받는 '토크나이제이션'

by 김용영((주)엠블록 CSO)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이어 최근 이더리움 현물 ETF의 상장 심사요청서도 승인되면서 가상자산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상자산 ETF의 상장 효과는 올 연초 비트코인 가격이 ETF 상장 이후 두배 가까이 오르면서 증명된 바 있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이 ETF 상장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으면서 가상자산과 금융 시장에 다시 한번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ETF는 가상자산과 유사한 측면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토크나이제이션, 즉 토큰화다. 플랫폼 내 교환 수단을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유틸리티 코인이 가상자산의 시작점이라면 이후 이어진 증권토큰, 즉 증권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으로 만드는 것이 토큰화의 원조로 꼽을 수 있다.
현 토큰화는 증권을 넘어 모든 재화의 가치를 토큰으로 래핑, 즉 덮어씌우는 실물자산(RWA)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제도권 금융에서 ETF가 활용되는 모습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따라서 ETF의 발전상을 통해 RWA, 그리고 토큰화의 기대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 


| 투자의 민주화 불러온 ETF


ETF는 1988년 미국 증권거래소(AMEX)에서 근무하던 네이선 모스트가 처음 발명했다. 그는 펀드, 그 중에서도 인덱스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면 투자를 원할 경우는 매수, 환매를 희망할 때는 매도로 손쉽게 매매할 수 있어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 ETF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처음 만든 ETF를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인 존 보글의 뱅가드에 제안했지만 단기 매매에 대한 우려로 거절당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펀드 환매의 용이함으로만 주목받았던 ETF는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조망받았다. 다양한 자산이나 지수를 추적하면서도 전통적인 뮤추얼 펀드에 비해 관리 비용이 낮아 더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소액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때 유용하다.

또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자격 조건 없이 주식 거래 계좌를 통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민주화라는 정의에 부합한다. 금융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일반 대중도 다양한 시장과 자산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기초자산을 추적하는 형태인만큼 구성 자산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기 때문에 투명성도 기본적으로 담보된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가 어디에 사용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처럼 높은 투명성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전체적인 금융 시장에 대한 참여를 촉진시킨다는 측면에서 민주화의 이득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주목


1980년대 후반 등장한 ETF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대형주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투자 상식이 보기좋게 깨져버리자 투자자들은 다양한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투자를 보다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혈안이 됐다. 그 때 선택받은 것이 바로 ETF다. S&P500과 같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면서도 대규모 펀드에 가입하지 않아도 주식을 사고 파는 것처럼 쉽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ETF 시장은 성장가도에 있다. 지난 5월말 기준 전세계 ETF 순자산 규모는 12.6조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6.4조달러에서 4년만에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명확한 투자 성과, 유동성, 투명한 거래 등의 장점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한 결과다.

그리고 이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제공하는 장점과 매우 유사하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주목받은 것도 공통점이다. 애초 비트코인이 애초 중앙 은행의 무분별한 통화 발행과 금융 당국의 중앙화된 통제에 대한 반발로 등장했다는 배경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느끼는 매력은 공통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 기초자산 신뢰성 담보해야 장점 누릴 수 있어


특히 토큰화는 ETF의 장점을 그대로 함께 제공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양한 RWA의 토큰화를 통해 투자의 접근성을 높여주며 특히 부동산이나 예술품과 같이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을 대상으로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토큰 형태로 변환함으로써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를 제공한다.

투명성 측면에서도 토큰화는 ETF에 준하는 수준을 제공한다. ETF는 포트폴리오의 내용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며 토큰화는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기술적 장점인 검열 저항성 등을 그대로 활용한다.

그러나 토큰화가 ETF와의 공통점을 등에 업고 인기를 얻으려면 넘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기초자산의 신뢰성이다. 금융위기 이후 ETF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분산투자다. 분산투자는 투자 대상을 분산화한 것 뿐이지 신뢰할 수 없는 대상까지 투자한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초자산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해 분산투자에 적절한 대상임을 증명해야만 저렴한 투자 비용이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이를 갖추기 위한 민관 노력이 병행되어야 토큰화의 미래도 밝다고 할 수 있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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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영
ZDNet코리아 및 매일경제 기자, 디스트리트 편집국장을 거치며 디지털자산과 진보된 미래를 집중 탐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경미디어그룹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인 '엠블록컴퍼니'에서 최고전략담당자(CSO)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을 전공하고,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재무금융전공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