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하여
by 길진세(BC카드 M-TF 차장)
| Intro
최근 몇 년 사이 모바일 비즈니스 전반에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말 그대로 게임과 같이 재미있는 요소를 서비스에 녹여 유저로 하여금 좀 더 몰입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앱 입장에서도 고객의 MAU,DAU 나 체류시간을 주요 지표로 보고 앱에 좀 더 붙잡아 두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 쇼핑이나 포털에서 보여지던 게이미피케이션은 금융앱에서도 점차 녹아들고 있다. 금융 게이미피케이션의 사례를 살펴보고 향후 변화를 예측해 보도록 하자.
| 국내와 해외의 주요 사례
게이미피케이션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는 미국의 로빈후드가 꼽힌다. 로빈후드는 2015년 3월 수수료 없는 투자거래라는 슬로건 아래 쉽고 간편하게 투자를 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주식거래를 위한 번거로운 절차를 없애 밀레니얼 세대를 빠르게 포섭할 수 있었다. 로빈후드에서는 주식이 오르고 내릴때, 희망가에 매수가 체결될 때 게임과 같이 다양한 화면효과를 제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토스증권이 출범 초기, 한국의 로빈후드를 표방한다고 직접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실제로 토스증권은 기존의 복잡했던 주식차트를 최대한 단순화하고 각종 주식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주식이 오를까 내릴까를 게임처럼 만든 것도 주효했다. 그 결과 2024년 1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으로 282억원을 벌면서 출범 3년만에 해외주식 수익 부문 업계 4위를 기록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효과를 보기 위해 기존 증권사도 동참했다. KB증권은 M-able 이라는 기존의 MTS(Mobile Trading Service)가 있었음에도 M-able mini 라는 별도의 앱을 내놓았다. 화면 내의 글자를 가독성 좋게 키우고, 어려운 금융용어를 줄이며 여러 메뉴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해서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이제는 증권 앱 뿐만 아니라 핀테크 앱 전반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지 않은 앱을 찾기가 더 어렵다. 하나은행과 SKT가 합작한 핀테크 앱 핀트(Finnq)는 핀크 리얼리라고 하는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핀크에 마이데이터 정보를 등록한 사용자들간에 다양한 순위를 매기고 이를 공개하여 경쟁을 유발하는 방식이다. 등록한 자산 랭킹, 나와 비슷한 직군의 연봉비교, 주식투자 수익율 경쟁 등으로 고객은 다른 고객들과 게임하듯 등수경쟁을 하게 된다.
핀테크앱으로 유명한 뱅크샐러드도 앱 곳곳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을 게임처럼 구현하고 최근에는 팀을 모아 예산 안에서 소비를 하는 것을 경쟁하는 ‘샐러드 게임’을 운용하는 식이다. 어려웠던 금융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게이미피케이션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금융앱도 게이미피케이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스웨덴의 이카노뱅크(Ikano Bank)는 저축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은행 앱 내에 게임을 도입했다. 날아가는 새를 조종하여 장애물을 피하는 단순한 게임이었는데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플레이어에게는 이카노 뱅크의 계좌에 1만유로를 상금으로 지급했다. 이 캠페인은 21일동안 150만회의 게임 플레이와 계좌 개설수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었다. 다른 예시도 흥미롭다.
우크라이나의 Mono Bank는 2017년 설립 이후 7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이 은행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것을 모토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은행 앱에 반영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앱 내에서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하여 업무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신용한도를 과도하게 입력하면 고양이 캐릭터가 ‘Woah, woah tiger, take it easy, where do you get such an appetite?” (와 호랑이같네. 진정해, 어디서 그런 욕심이 나오니?) 라고 농담을 던진다. 또한 AI를 사용하여 동영상에서 얼굴을 바꿀 수 있는 앱인 Reface와 협력하여, 고객을 광고에 출연시키는 캠패인도 진행했다.
| 게이미피케이션의 명암
게이미피케이션의 순기능은 재미있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단순화는 UI/UX 구현시 매우 중요하다. 매뉴얼이 없더라도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서 금융은 복잡하는 인식을 개선하며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금융에서의 게이미피케이션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생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해야 할 투자가 점점 게임처럼 느껴진다면 고객은 자제력을 잃거나 지나치게 중독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영국의 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 ‘금융행위감독청’)은 영국내 핀테크사와 증권사에 ‘게임과 같은 요소가 포함된 기능이 소비자 이익에 반할 수 있으니 디자인을 재검토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상당수의 젊은 신규 투자자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자국내 주식 앱들이 긍정적 강화(Reinforcement)와 게임화(Gamification) 기술을 트레이딩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장치가 투자를 부추길 수 있음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더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더 많은 금액을 쓰도록 한다며 FCA는 그 예시로 다음을 언급했다.
- 거래 체결 직후 축하메세지와 이미지(falling confetti) 등을 표시하여 행동의 긍정적 강화(Reinforcement)유도
- 특정 행위시 포인트 등 보상(Reward)제공 및 포인트 보유자별 순위 표시
- 알림 표시 등을 통한 행위 유도, 최신 뉴스 및 실시간 가격변동 정보 등의 잦은 푸시(Push) 알림
- 투자 금액 및 신용거래(차입) 안내시 높은 금액이 기본으로 설정됨으로서 투자자들을 현혹
이는 국내 주식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이다. FCA의 이 경고 이후 여러 국가의 금융당국이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 마치며 : 게이미피케이션, 어디까지 선인가
2024년 1월 18일, 로빈후드는 가상자산 및 주식 거래의 게이미피케이션 마케팅과 관련하여 미국 매사추세츠주와 750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매차추세츠주에서는 로빈후드가 스스로를 ‘당신이 승리할 수 있는 일종의 게임’이라고 마케팅하며 투자경험이 없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및 주식거래를 게임화해 묘사했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이로 인해 로빈후드는 주당국과 3년간 법정싸움을 해야 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고객을 붙잡아두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금융에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사업자의 자율이라는 주장과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중이다. 금융이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관심이 필요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