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기업 경쟁력 제고 위한 기회로
by 유광열 한국녹색금융포럼 대표
| 인류 생존을 위한 공통과제 ESG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일본의 92% 수준에 이르렀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1960대 후반 약 5%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로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조만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해 본다. 그동안 경제 주체들이 합심하여 냉전체계, 보호무역, 경제블록, 코로나, 전쟁 상황하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 볼 수 있다.
한편 5월말 인도에서는 최고 기온이 52.9도 까지 오르는 등 관측이래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금번 폭염으로 인도 동부지역에서는 이틀만에 최소 45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더워지고 있어 한반도 크기의 남극 스웨이츠 빙하도 매년 200미터씩 줄어 들고 이 빙하가 전부 녹고 주변 빙하까지 가세할 경우 지구 해수면이 3미터 상승하여 해안선이 지금보다 400미터 이상 후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럴 경우 태평양 섬 상당수가 사라지고 뉴욕 등 북반부 주요 도시 상당 지역이 수몰위기에 처하는 등 인류 생존이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시간에도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는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다.
다행스럽게 지속 가능한 성장 이슈가 제기된 이후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NET ZERO)에 도전하는 등 시급한 환경에 대한 글로벌 규범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 인류 생존과 직결된 환경 관련 글로벌 규범 등장은 선,후진국간 이해 다툼, 대,중소기업간 대응역량 차이 등 불합리한 문제라기 보다 다같이 살아야 할 지구촌에서 모든 인류의 공존과 직결된 절체 절명의 사안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 관련 규범 외 지구촌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다양한 경영활동 과정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사회(Social)에 대한 책무, 건전한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한 요구에서 출발한 ESG 경영활동이 바야흐로 기업 경영의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 ESG 관련 주요 글로벌 규범
24년 4월 EU의회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공급망 실사 법안, CSDDD)을 통과시켰다. 이 지침은 EU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은 생산, 유통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권, 환경과 관련한 실사를 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정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EU내 국가들은 2년내 이 지침을 근거로 법을 제정해야 하고 2027년부터는 기업규모에 따라 순차적 적용에 들어갈 예정으로 있다.
이제 기업은 제품생산 및 유통 등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노예노동, 아동노동, 임금착취,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생물 다양성 훼손, 생태계 파괴, 산업재해, 직원건강 위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유럽연합 소재 기업뿐만 아니라 EU지역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은 물론 유럽에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기업에도 적용되게 된다. 기업활동 과정에서 적절한 인권과 환경전략을 갖추지 못한 경우 도덕적 지탄을 넘어 법적 규제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생존하기 힘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2026년 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EU내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등 6개 역외 제품에 대해 탄소가격을 동등하게 부과, 징수하는 제도이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로 성장해 온 대한민국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초기에는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만 부여하였으나 2026년부터는 실제 적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산화탄소 배출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강한 국가로 상품, 서비스를 수출할 때에 적용 받는 일종의 무역관세인 만큼 EU로 수출하는 제품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RE100(Renewable Electricity)의 경우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열, 풍력, 조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강제적 규제는 아니나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은 자사외의 해당 기업의 공급망(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CEO들의 경영기조도 변화하고 있다. 2019년 8월, 애플사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 미국 주요기업 CEO들은 BRT(Business Round Table) 연례회의에서 기업의 주주 우선 원칙을 폐지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사회, 협력사, 투자자, 고객, 직원)의 가치가 통합된 새로운 기업목적 선언을 채택하였다. 과거 주주 가치 우선 중심의 경영에서 사회, 거버넌스 영역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ESG 경영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 국내외 주요 기업의 ESG경영 사례
이러한 글로벌 규범 적용 일정 등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ESG를 기업의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이해하고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나아갈 경영 패러다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021년 한국 중견기업협회가 101개사에 대한 ESG경영 인식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0%가 향후 ESG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70%는 CEO의 관심도가 중요하다. 79%가 경영상 필요하다. 응답자의 90%가 경영추진 동기로 고객의 요구와 규제 대응차원이다 라고 답변한 것을 보면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1년 ESG 거버넌스를 체계를 구축하고 2050년까지 글로벌 사업장의 재생에너지사용 100% 달성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는 33% 달성하는 등 RE100이행을 위한 세부 로드 맵을 제시하였다. 2021년에는 중대재해예방 TF를 출범하여 협력회사 안전관리 이행점검을 통한 인센티브 부여나 위반시 제재 등을 통한 사업장내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사고예방활동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설비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저장하고 이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탄소 포집 및 활용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 2030년 이후 회사 설비 뿐만 아니라 협력회사까지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과 달리 금융회사는 ESG추진 사업에 금융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은 2020년 11월 친환경 전략인 Zero Carbon Drive를 선언하면서 2030년까지 30조원 규모의 친환경 금융지원 목표를 설정하였고, kb금융그룹도 ESG금융확대를 목표로 Green Wave 2030 전략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ESG상품 및 투자, 대출을 50조원 규모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의 경우 납품하는 부품에 대해 재생에너지로의 제조를 요구하고 나섰고 BMW는 바이오가스, 풍력, 태양광 등 자가 설비와 인증서 구매를 통해 100% 재생에너지원 전력 조달을 완료하고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기업에게도 이를 요구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나아가 탄소중립이 아닌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달성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하였다.
테슬라는 2019년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 채취 과정에서의 아동노동착취와 환경오염 논란이 일자 니켈 함유량을 높여 나가 종국적으로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하였다. 월마트는 아동노동금지, 젠더 평등 보장, 급여수준 보장, 결사자유 보장 등 인권성명서를 발표하고 협력사에도 이의 준수를 요구하는 등 기업의 인권경영 중요도 또한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경영진 보수와 ESG 성과를 연계하려는 투자자의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 맞춰 맥도날드는 2025년까지 신임 디렉터 이상 직급에 여성비중을 45%이상으로, 소수집단 비중을 35%이상으로 높이고 다양성 성과 목표와 임원의 보너스를 연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타벅스도 2025년까지 흑인 및 소수인종 채용목표를 30%이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 정부의 주요 정책 지원 경과
우리 정부도 20년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년 탄소중립(Net Zero)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능동적 대응을 위한 방향을 수립하였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 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3대 정책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한 10대 주요 추진 과제로 에너지 전환 가속화, 신 유망산업 육성,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 등을 설정하고 대통령 직속 추진조직으로 민관합동의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였다.
금융위원회와 환경부도 2021년 1월 녹색금융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저탄소 산업전환 뒷받침을 위한 정책금융 선도적 지원, 녹색분류체계 마련 등을 위한 민간자금 유입 유도, 환경정보 공시공개 확대등을 위한 시장 인프라 정비 등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달성 지원에 나섰다.
2021년 8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ESG 인프라 확충 방안을 발표하고 ESG확산을 우리경제 대전환 전략으로 설정하고 시장부담 완화를 위해 ESG 관련 인프라를 적극 확충하기로 하였다. 21년 12월에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국내기업이 활용 가능한 가이드라인 K-ESG가이드라인,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발표하였다.
2023년 4월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1차 기본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행하되 중장기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40%를 감축해 나가기로 하였다. 금융위원회도 2024년 중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며 2024년까지는 자율공시 활성화, 2025년부터 준비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는 국내 상장사에 공시 의무화를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 졌다.
| 경쟁력 강화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국내외 ESG 관련 규범들은 비단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 대한 투자의사 결정에도 해당 기업 ESG경영활동 정도가 중요하게 고려되기 시작하면서 기업 경영활동에 전방위적 영향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미리 준비하고 적응하는 기업과 임박하여 어쩔 수 없이 피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시장을 무대로 업을 영위하는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발휘하는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재무적 부분과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인식되던 ESG 경영활동 결과도 종국적으로 기업의 재무적 결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기업들은 위기의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자리매김을 해 왔다. ESG 경영이 선진국 중심의 글로벌 트렌드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임을 고려, 규제의 증가라기 보다 기업활동의 새로운 토대라는 관점에서 이를 기회로 보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택은 기업 각자의 몫이 되었다.
정부도 기업의 규모에 따라 대응역량이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 중, 소기업에 대한 관련 법률자문, 컨설팅, 교육지원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ESG 투자를 경영부담으로 인식할 수 있는 만큼 금융, 세제지원 등 각종 정책적 지원을 통한 유인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금융권에서는 ESG 경영활동을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금리우대, 대출지원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의 확대도 필요하다. 정부와 금융권이 다같이 나서서 기업의 ESG 경영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종국적으로 대한민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