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이후 2단계 제정 방향
2023.07.10

| 서론


국내에서 최초로 가상자산을 다룬 법률인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약칭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3년이 지났다. 특정금융정보법의 개정은 FATF 의 상호평가와 맞물려 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으나, 그래도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약 1년 반의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이후 유예기간 종료인 21년 9월 25일을 기준으로 가상자산사업자(이하 VASP)들의 신고 접수가 완료되었고 산업의 건전한 발전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 5월 11일, ‘가상자산 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며 3년여 만에 새로운 법률 제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과연 이용자 보호법은 지난 3년의 변화를 반영하고 업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 본론


필자는 2017년 말부터 업계에 몸담으면서 6년의 변화를 몸소 겪어왔다. 혹자가 특정금융정보법과 이용자 보호법이 지난 6년 동안 업계의 변화를 담아내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냐고 물어본다면 필자의 대답은 ‘아니오’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시 업계에서 제기된 주요 지적은 특정금융정보법의 성격상 자금세탁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업계의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용자 보호법 역시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상자산 서비스 이용자의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표 1> 이용자 보호법의 주요 내용
이용자 보호법 주요 항목세부 내용
이용자 자산의 보호를 위해 
VASP에게 의무 부여
  1. 고객 예치금의 예치 및 신탁
  2. 고객 가상자산가 동일종목 및 동일수량 보관
  3. 해킹 및 전산장애 등 사고 대비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4. 가상자산 거래기록 생성 및 보관
불공정거래의 규제
  1. 자기 또는 특수관계인 발행 가상자산의 매매
  2.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 가상자산에 관한 입출금 차단 제한
  3. VASP는 가상자산 가격 및 거래량의 비정상적 변동과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
가상자산 관련 위원회 설치금융위원회는 VASP에 대한 정책 및 제도에 관한 사항의 자문을 위해 가상자산 관련 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음
한국은행의 자료 제출 요구권금융통화위원회가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해 통화 신용정책의 수행, 금융안정 및 지급결제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VASP에게 자료제출 요구 가능
* 출처 : 가상자산 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정부입법 지원센터)

이처럼 수년이 지났음에도 업권법이 제정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과 제도가 거래소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점에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조사한 국내 가상자산 실태조사 자료를 살펴보자. 22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거래소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약 8%에 해당하는 시장은 ‘기타 사업자’로 묶여 있을 뿐이다. 또한 약 627만 명에 해당하는 실제 이용자들 역시 거래소의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이다. 현행법 기준으로는 법인 고객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표 2> 2022년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실태조사 자료
국내 VASP 영업 현황(단위: 조원)개인투자자 비율
* 출처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금융위원회)

이는 해외 시장의 발전 방향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유럽의 MiCA를 비롯해 일본이 내놓은 웹 3.0 정책 및 영국과 홍콩 등은, 거래소는 물론 NFT, Defi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인 코인베이스의 거래량을 살펴보면 개인 고객의 비중보다 기업 고객의 비중이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왜 발생하는가? 현행 제도에서는 아래 항목들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VASP가 성장하기 어려운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 VASP에 대한 명확한 분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VASP가 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기준을 4가지로 제시하고 있으나 그래서 VASP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부분을 물어보면 모호한 대답이 돌아올 수 있다. 때문에 그레이존이 크게 남아 있어 미신고 영업이 성행하거나 해외로 떠나는 사업자들이 생기게 된다.

  2. 법인 실명계좌, 콜드월렛 보관 등 제도의 디테일에 대한 기준이 부족하다. 기업 고객은 개인 고객과 같은 운동장에서 플레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규모가 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OTC 및 전문 커스터디 서비스 등이 필요하나 이 역시 해당 사업에 대한 명확한 업무, 자본금 등 기준이 없다.

    또한 사업의 종류에 따라 타겟 고객이 다르고 필요한 유동성의 수준이 다르지만 이런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콜드월렛 보관에 대한 강제는 거래소의 경우 운영 구조상 수월할 수 있으나 자산운용, 커스터디를 비롯한 타 사업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3. 때문에 거래소 외의 사업이 성장하기 어려우며 거래소에 여러 기능이 중첩되어 거래소 일변도의 성장이 지속되었다. 심지어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 위주로 DAXA가 설립되어 소수 거래소 외 사업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더욱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이는 특정금융정보법의 문제로 지적되었으며, 이용자 보호법 법률안에서 일부 개선될 여지는 보이나 여전히 궁극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는 문제다. 또한 필자가 여전히 업계의 변화와 다양성을 법률이 담아내지 못한다고 보는 이유이다.


| 결론

이용자 보호법에 따르면 VASP에 대한 감독 및 검사권을 금융위가 가지게 된다. 물론 이전에도 그러하였으나, 더욱 명확하게 금융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금융에서 많이 강조되는 부분이 자금세탁방지, 이용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특정금융정보법 이후 이용자 보호법의 제정은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누누이 언급한 것처럼 시장에는 여전히 그레이존이 남아 있고,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제도가 수립되지 않으면 시장은 기형적인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이는 결국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경쟁력과 성장을 저해하는 길이다. 이용자 보호법 제정 이후 2단계 법령이 제정될 예정이며 시장 질서 규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 전망된다. 향후 법령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괄하여, 그레이존을 해소하고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정책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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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커스터디를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인피닛블록에서 운영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주)카르도, NH농협은행, 아이콘루프를 거쳐 디지털 금융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환경금융학 석박사 통합 과정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