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I/O가 보여준 AI의 미래
2025.06.27

구글 I/O가 보여준 AI의 미래

by 길진세(BC카드 AI Biz Lead)


들어가며


2022년 ChatGPT의 등장 이후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글은 오히려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드(Bard)의 실패와 함께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OpenAI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많은 전문가들이 검색의 제왕 구글은 AI 시대에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2025년 5월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인 I/O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구글은 이번 행사에서 제미나이(Gemini) 2.5, AI 검색 모드, VEO 3, 안드로이드 XR 등 혁신적인 기술들을 대거 공개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발표들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구글이 AI 경쟁에서 승기를 어떻게 쥘 것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준 전략이었다. 단순히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독특한 경쟁 우위를 활용한 접근법이 돋보였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구글 I/O에서 보여준 새로운 기술들


구글이 이번 I/O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제미나이 2.5였다. 특히 제미나이 2.5 프로는 한번에 1,500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처리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었다. 기존 모델 대비 코딩 성능이 대폭 강화되었으며,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 능력도 크게 향상되었다. 경량화 된 제미나이 2.5 플래시 역시 이전 고속 모델보다 22%적은 토큰으로 고품질 출력을 제공한다 . 

더욱 주목할 점은 이 모델이 '사고 요약' 기능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모델의 원시적인 생각들을 가져와 머리글로 정리해주는 이 기능은 AI의 사고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또 구글은 이번에 'AI 모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검색 방식을 공개했다. 기존의 링크 리스트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생성한 요약 정보와 축소된 링크 아이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챗봇처럼 대화를 시작하고 후속 질문을 하며 더 깊이 있는 탐구를 할 수 있다 . AI 모드에는 '메모리' 기능도 적용되어 기존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화 된 답변을 제공한다. 여름부터는 이를 구글 앱과 연동하여 Gmail의 예약 정보나 캘린더 일정과 연계한 검색도 가능해진다. 

구글의 새로운 영상 생성 AI인 VEO 3는 기존 VEO 2 대비 품질이 크게 향상된 최첨단 모델이다. 특히 처음으로 소리까지 함께 생성할 수 있어 효과음, 배경음악, 심지어 대사까지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텍스트 설명만으로도 영화 같은 장면을 생성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AI 영화 제작 툴 '플로우(Flow)'도 함께 공개되었다 . 

구글은 안드로이드 XR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헤드셋과 스마트 안경의 미래도 제시했다. 제미나이가 탑재된 XR 안경이 실제 세계에서 AI를 더욱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데모를 선보인 것이다. 사용자가 안경을 쓰고 주변을 보면 AI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

<표 - 구글 I/O 행사에서 공개한 주요 제품군>
기술/제품주요 특징전략적 중요성 및 적용 분야
제미나이 2.5 (Pro & Flash)향상된 멀티모달, 1백만 토큰 컨텍스트 창, Deep Think 추론, 코딩 능력 강화구글 AI 서비스 전반의 핵심 엔진
복잡한 문제 해결 및 대규모 데이터 처리
개발자 생산성 향상
AI Overviews & AI Mode in Search제미나이 2.5 기반, 대화형 검색 및 다단계 질문 처리
쿼리 팬아웃, Deep Search, 개인화된 답변
검색 경험의 근본적 변화, 정보 탐색에서 질의응답 및 작업 수행으로 확장, 사용자 체류 시간 증대
Veo고품질 AI 영상 생성 (텍스트/이미지 to 비디오), 8초 영상, SynthID 워터마킹, 안전 필터콘텐츠 제작의 혁신, 광고,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다양한 분야 활용, AI 생성 콘텐츠의 신뢰성 확보 노력
Android XR제미나이 통합 스마트 안경/헤드셋, 핸즈프리 AI 비서, 실시간 번역, 상황인지 기반 도움, 삼성/퀄컴 등과 파트너십몰입형 AI 경험 제공, 현실 세계와 디지털 정보의 결합, 새로운 인터페이스 및 사용자 경험 창출
AI in WorkspaceGmail 스마트 답장, 이메일 정리, 회의록 요약, 문서 작성 지원 등 제미나이 기반 생산성 향상기존 핵심 서비스의 AI 강화, 사용자 생산성 극대화, 업무 환경에서의 AI 활용 일상화
LearnLM / NotebookLM학습에 최적화된 AI 모델 (LearnLM), 특정 소스 기반 심층 학습 및 콘텐츠 생성 (NotebookLM)교육 및 연구 분야의 AI 활용, 개인 맞춤형 학습 경험 제공, 정보 습득 및 지식 창출 방식 변화
MedGemma의료 텍스트 및 이미지 이해에 특화된 멀티모달 개방형 모델, 의료 영상 분석, 임상 데이터 요약 등의료 AI 개발 가속화, 진단 보조 및 의료 연구 지원, 헬스케어 분야 혁신 촉진


구글의 움직임이 흥미로운 이유: 데이터와 킬러앱의 선순환


2022년 ChatGPT 3.5 이후 인공지능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며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OpenAI, 앤스로픽, 메타 등 주요 경쟁자들은 서로를 어느 정도 복제하면서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해왔다. 구글은 초반에 바드의 실패로 경쟁에 밀리는 듯했으나 빠르게 쫓아왔고, 전 세계 사용자들 대부분은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이 언젠가는 앞설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구글은 검색, 유튜브, Gmail 등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했고 이를 이용해 빠르게 AI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점은 전 세계 어떤 사업자보다도 구글은 “킬러앱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Gmail, 유튜브, 구글 캘린더, 구글 포토, 안드로이드 등 사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필수 앱들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여기에 AI 분야에서 NotebookLM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I/O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 앱들이 AI를 탑재하며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Gmail에서는 긴 이메일 스레드를 AI가 자동으로 요약해주고, 구글 포토에서는 사진을 자연어로 검색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AI가 동영상 내용을 요약해주고, 구글 캘린더에서는 일정 관리를 AI가 도와준다. 이러한 편리함 때문에 고객들이 더 많이 모여들고,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며, 이를 통해 AI가 더욱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다른 AI 스타트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쟁력이다. ChatGPT가 아무리 뛰어나도 사용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것은 Gmail이고, 유튜브이고, 구글 검색이다. 구글이 이런 서비스들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할수록 승자독식 구조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마치며: 고객은 쓰던 서비스가 AI로 인해 더 편리해질 때 열광한다


AI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의 컴퓨터 사용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AI는 여전히 신기한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기존에 고객이 잘 사용하던 서비스에 AI가 탑재되어 더욱 편리해진다면 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번 구글 I/O에서 구글이 보여준 것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새로운 AI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사용자들이 매일 쓰는 서비스들을 AI로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Gmail이 더 스마트해지고, 검색이 더 정확해지고, 유튜브가 더 유용해지는 것이다. 

이는 AI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스타트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객들은 늘 익숙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며, 많은 킬러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구글이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할수록 승자독식 구조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LLM의 발전은 놀랍지만, 대중들에게 AI를 각인시키고 더 쓰게 만드는 것은 AI 그 자체가 아니라 AI가 적용되어서 변화하는 서비스일 것이다. 구글이 이번 I/O에서 보여준 전략은 바로 이런 통찰에 기반한 것이며, 이것이 앞으로 AI 경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끝”.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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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BC카드의 AI 비즈니스 전략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