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은 실생활에 쓰일 수 있을까
2025.05.14

스테이블 코인은 실생활에 쓰일 수 있을까

by 길진세(BC카드 AI Biz Lead PM)


들어가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점은 2017년 무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뛰어들었고 업비트와 빗썸 등 거래소들은 수수료 수익으로 큰 성장을 했다. 당시 가상화폐의 본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가상화폐가 실 생활에 영향을 줄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투자자산인지는 늘 논란거리였다. 가상화폐 옹호론자들은 앞다투어 송금과 결제가 가상화폐 기반으로 이루질 것이라 주장했다. 

관련하여 2017년 말 재미있는 실험이 있었다. 명동 일부 지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의 지하상가 매장들이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은 것이다 . 많은 관계자들이 주목했지만 이 실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거래를 검증하고 확정하는데 10분이상 소요되며 가계주인은 원화로 출금할 때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 했다. 또 높은 가격변동성을 구매자나 판매자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후 지금까지 가상화폐는 투자자산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최근 들어 이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에서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에 없었던 개념이 아님에도 스테이블 코인이 갑자기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테이블 코인이란


스테이블 코인은 말 그대로 가격이 안정된(Stable) 가상화폐를 말한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인 USDT(테더)는 1달러당 1테더를 유지하고 있다. 유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테더를 운영하는 Tether Limited는 항상 발행한 만큼의 달러를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언제든 1달러로 바꿔줄 수 있다는 믿음이 가격을 유지하게 해 주는 것이다. 준비금과 발행량의 비중이 달라지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미국정부에서는 수시로 감독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생긴 배경은 블록체인 거래의 기준에 대한 필요성이었다. 매번 실제 화폐를 교환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국경을 초월해서 블록체인 거래를 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활용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무역 결제, 해외 송금, 투자 등에서 조금씩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많은 수출입 기업은 결제 속도와 수수료 절감 등의 이점 때문에 전통적 달러 거래 대신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정부 추산으로는 2023년 국내 무역 거래의 약 10%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은행권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서비스 실험이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 농협, 케이뱅크는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의 팍스(Pax)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일본 대형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설립한 가상자산 인프라 기업인 프로그맷과 협력하여 국가간 송금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 

개인 투자자들 역시 해외 거래소로 자금을 옮기거나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테더등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테더의 월간 거래 규모가 약 20조 원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정부의 규제 움직임


최근 몇몇 익명의 국내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가 원화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겠다며 추진되고 있다. 이들은 상품권과 1:1 교환하는 방식으로 원화 연동효과를 낼 수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 스테이블 코인은 준비금이 확보되어 있지 못할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국내에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규제하는 법규가 미비하여 불법으로 단속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정부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3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 이후 2단계 입법 논의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율 방안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디지털 화폐처럼 통용될 수 있는 만큼 별도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를 대체할 경우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별도의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외국환거래법상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고, 국경 간 거래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관계 기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건전한 활용을 유도하면서도 불법 자금유출이나 시장 불안정을 막기 위한 법•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전망


최근 스테이블 코인이 부각되는 이유에는 급격한 환율 변동이 있다. 환차익을 수수료 없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것이다. 여기에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은행수수료 없이 외국인과 거래를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입소문을 타면서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향후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제도권 편입과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규제가 정비되고 신뢰성이 확보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송금 등의 영역에서 널리 쓰이는 ‘돈의 인터넷’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시대의 페트로 달러'로 칭하며 한국의 원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주도의 적극적인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가 진행되는 등 긍정적 전망이 있는 반면, 달러 기반 코인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국내 금융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시장에 알려졌던 테라 사태에서 보듯 발행 구조와 담보 자산에 대한 투명성 확보도 중요 과제로 지적된다. 향후에는 안정성과 혁신을 균형 있게 잡는 방향으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발전할 것을 기대해 본다. "끝".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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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20년째 핀테크를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 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를 했고, 현재는 BC카드의 AI 비즈니스 전략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관련 논문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