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결제시장 - 베트남편] 호치민 여행 시 얼마를 환전해야 할까? - 1편
2022.11.04
Editor's Note
필자의 캄보디아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6월 처음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공항에 도착 후 택시를 타기 위해 환전소를 가장 먼저 찾았다. 타 국제 공항 대비 환전소가 많이 없었음에 약간 의아했지만, 어렵사리 찾은 환전소에서 100USD를 캄보디아 리엘(KHR)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였다.
환전소 직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달러(USD)를 리엘로 바꿔주었고, 리엘 한 뭉치를 들고 물 한병을 사러 편의점으로 향했다. 물병을 집고 결제하려는 순간, 그 환전소 직원의 아리송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필자에 앞서 결제하려는 사람이 $50을 내는 것 아닌가, 그리고 편의점 직원도 거스름돈을 달러로 지급하고 있었다. 캄보디아는 공식 화폐인 리엘과 더불어 달러도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달러를 리엘로 환전하고자 했던 외국인을 이상하게 보던 환전소 직원의 아리송한 표정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각 국가마다 지불 결제 행태에는 특징이 있다. 달러와 리엘을 같이 사용하는 캄보디아, QR이 독보적 결제 수단인 중국, 신용카드만 들고 다녀도 큰 불편함이 없는 한국 등 각 국가는 현지 환경과 문화에 맞게 결제 방식도 발전하였고 각각의 차이점들이 있다.
필자는 2편에 걸쳐 베트남의 결제시장과 소비 트렌드에 대해 현지 사회문화를 곁들여 소개해보고자 한다.
목차
- 정부가 못한 일을 코로나가 해내다
- VietQR, 베트남 e-Wallet 시장의 메기가 될 것인가
- 신용 사회로의 빠른 발걸음
- 춘추전국시대를 맞는 베트남 매입(Acquiring) 시장
| ‘정부가 못한 일을 코로나가 해내다.’
베트남의 주요 결제 수단은 현금이다. 베트남 정부는 소비에서의 현금 사용 비중을 줄이고 비현금(Cashless) 결제를 확대하기 위해 다년간 노력해왔다. 빠른 경제 성장과 국민 소득의 증가로 공적개발원조(ODA)의 수원 여건이 어려워지자 경제적 자립성에 대한 시급성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카드, 이월렛 등 디지털 결제 확대를 통해 세원을 확보하고 탈세를 방지하고자 하는 베트남 정부의 노력은 경제 홀로서기의 일환인 것이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2016년 ‘현금 없는 결제를 위한 장려 정책(Decision No. 2545/QD-TTg)’을 수립하여 2020년까지 총 지불 결제 수단에 대한 현금 비율을 10% 미만 달성, 농촌 인구의 70% 은행 계좌 개설 등 세부 목표를 설정하였다. 2019년 발표한 정부 결의안(No.01/NQ-CP)에 의하면 2025년까지 현금 사용 비율을 8% 이하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설립하였고, 베트남 중앙은행 2020년부터 Vietnam Card day를 추진하며 민관 협력으로 각종 할인 행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사람의 현금 사랑은 계속되어왔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Statista에 따르면, 2017/19년 오프라인 가맹점의 전체 매출액 중 약 85%가 현금으로 결제되었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였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현금 결제 비중은 50%대로 급격히 떨어졌고, 그 빈 자리를 카드, 이월렛 등의 디지털 결제로 채워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베트남의 Cashless를 앞당긴 것이다.
<자료 1 - 베트남 내 결제수단 비중 (출처 : Statista, "Most popular in-store payment methods in Vietnam in 2017-2021")>물론 집계되지 않는 미등록 가맹점에서의 결제 건까지 고려한다면 실상에서의 현금 결제 비중은 50%대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팬데믹 상황이 안정화되고 오프라인 결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당분간 현금 사용 비중은 다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사람들의 결제 습관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VietQR, 베트남 이월렛 시장의 메기가 될 것인가
현금 결제의 대체제로 눈여겨볼 수단은 이월렛이다. 이월렛, 즉 QR결제 사업은 2007년 베트남 시장에 처음 등장하였고, 현재 VNPAY, MoMo 등의 Payment 사업자들이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오를 만큼 뜨거운 시장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비금융사가 베트남 내 이월렛을 포함한 Payment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IPS(Intermediary Payment Service)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22년 9월 기준으로 총 48개의 업체가 등록 되어있고, 이들 중에는 실제 사업을 하지 않고 라이선스를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한 회사들도 있다. 또한 외국계 기업이 실무적으로 신규 라이선스 취득이 힘들다는 맹점을 이용하여 시장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라이선스 취득을 도와주는 브로커들도 있다. 이처럼 베트남의 Payment, 이월렛 시장은 성장성과 잠재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자료 2 - 베트남 'F' 편의점 QR결제 수용 예시>
<자료 3 - 베트남 내 한 커피숍 판매대에 다양한 QR결제 서비스 데칼이 비치되어 있다>
<자료 4 - VietQR 서비스 자료사진 (출처 : Vietnam News)>제도권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에 비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느린 편이다. 온라인몰의 경우 아직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결제 수단은 Cash on Delivery이다. 즉, 온라인몰에서 구매를 하더라도 내가 직접 물건을 받고 배송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온라인몰을 100% 신뢰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자료 5 참고)
<자료 5 - 베트남 e-커머스 시장 내 주요 결제 수단 비중(출처 : Statista, 2021)>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내 이월렛의 성장세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월렛은 M Service JSC사의 MoMo이다. MoMo는 2007년 출시한 이후 Goldman Sachs, Warburg Pincus, Affirma Capital 등의 글로벌 사모펀드로부터 총 USD 4.3억의 투자금을 유치하였고, 현재 3.1천만명이 이용하는 베트남 최대 이월렛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통신사 기반의 ViettelPay, 온라인몰 Shopee 기반의 Shopeepay, 베트남 국민 메신저 Zalo 기반의 ZaloPay도 기존 레거시를 활용하여 이월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자료 6 참고)
<자료 6 - 베트남 내 주요 e-Wallet 브랜드 (출처 : Statista, 2021)>‘21년 6월 정부 산하 기관 NAPAS(National Payment Corporation of Vietnam)에서 VietQR이라는 QR결제 서비스를 런칭하였다. VietQR은 베트남 이월렛 및 QR 결제 생태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NAPAS의 은행간 결제 네트워크를 기반하여 계좌 이체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VietQR은 다른 이월렛 대비 확장성과 경제성에서 큰 장점을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의 일반적인 이월렛은 Closed-loop 구조로, MoMo 가맹점에서는 MoMo만, ZaloPay 가맹점에서는 ZaloPay만 결제되며 이월렛간에 상호 호환이 안되는 구조이다. 반면 VietQR은 시중 은행들과의 네트워크를 기반한 Open-loop 구조로 A은행의 VietQR 가맹점에서 B은행의 모바일뱅킹 앱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은행간 상호 호환성에서 큰 메리트가 있다. 또한 가맹점주 및 이용자는 별도의 이월렛을 설치하고 가입할 필요없이 기존에 사용하던 모바일뱅킹 앱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VietQR의 또다른 장점은 거래 수수료이다. VietQR은 현재 거래 수수료가 무료이다. 따라서 가맹점 입장에서는 0.5%~1% 내외의 가맹점 수수료가 발생하는 이월렛보다 VietQR을 선호한다. 다만, 계좌 이체 방식의 VietQR은 현재는 이체 수수료 마저 무료이나 향후 어느정도 시장에 정착한 후에는 가맹점 또는 고객에게 어떠한 형식으로도 수수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제성 측면에서 타 이월렛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정부 등에 업은 VietQR의 등장으로 기존 이월렛 사업자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인프라 투자 대비 낮은 이용률로 규모의 경제 수준까지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까지 해야 되는 부담감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이월렛 사업자들은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MoMo는 지난해 TP bank과 제휴하여 BNPL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VNPAY는 가맹점에 Smart POS를 설치하며 카드 매입 사업에 뛰어들었다. 과연 VietQR로 인해 베트남 이월렛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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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호
글로벌 결제 비즈니스 전문가로서 현재 BC카드 베트남 법인(BC Vietnam Co., Ltd.)의 경영기획총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